대기업 공채가 들려주는 영국 유학 이야기

3장 치열함이 가져다주는 것

by 쪼꼬

Chapter 42. 에세이(2)

구도를 잡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내용을 작성해보자. 사실 구도가 잘 잡혔다면 내용을 적는 일은 한결 수월하다. 적을 내용의 요점과 다음에 따라올 내용만 머릿속에 잘 가지고 있으면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글쓰기의 기술과 물리적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문법의 기술적인 부분은 학교 내의 어학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슈퍼바이저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르겠으나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문법적 수정은 아니다. 슈퍼바이저나 담당 지도교수는 글의 논리적 전개와 구성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문법적 오류나 기술적 측면을 이야기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학원에서 기초적인 글쓰기 기술을 어느 정도는 습득해 오는 것이 좋고,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어학 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에 중요한 몇 가지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어보자.


1. 하나의 단락에서는 하나의 주제만 다룬다.

구도를 잡으면서 이미 각 문단에 들어갈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각 문단에서는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좋고, 만약 두 개 이상의 주제가 다루어지게 될 경우에는 문단을 나누어줄 것을 권한다. 이는 문단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인데, 문단 내에 두 개 이상의 주제가 다루어진다면 자연스레 문단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문단이 길어지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하나의 단락에서는 하나의 주제만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좋다.


2. 학술적 글쓰기에서 대명사(특히 'I')는 가급적 피한다.

일반적인 글쓰기라면 이러한 형식을 지킬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학문적 글쓰기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글의 수준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적어도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논문과 에세이라면 일반적으로 적어 내려가는 글과는 그 수준이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대명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가령 'I' 대신 '필자'(writer)나 '저자'(author)를 사용하거나 나를 일반적 사람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You나 He/She 같은 단어들 역시 가급적 피하는 것이 글의 수준을 일정 부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는 필수 사항은 아니므로 이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는 말자.

3. 적절한 접속사를 사용하되 복잡한 문장 구조를 피한다.

이 역시 학술적 글쓰기일 때 특히나 더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반적인 접속사 'and'나 'but', 혹은 'because' 등을 학술적 글쓰기에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자칫 글의 수준을 떨어트릴 수 있다. 특히 문장을 이러한 접속사로 시작하는 것은 글 자체를 아주 가볍게(casual 하게) 만들 수 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러한 일차원적 접속사 대신 다양한 접속사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사전에 찾아보면 아주 다양한 접속사를 찾을 수 있는데 'and'는 'also', 'furthermore', 'in addition' 등으로 바꾸어줄 수 있고, 'but'은 'however', 'still', 'yet' 등으로 바꿔줄 수 있다. 'Because'도 역시 'the reason why'로 바꾸어주면 한결 자연스러워진다. 잘 떠오르지 않거든 우선 적어두고 원어민들에게 교정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4.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말자.

글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특정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사람마다 구사하는 언어적 습관 때문인데, 이러한 습관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같은 단어를 반복한다면 글의 내용보다는 반복되는 단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모국어를 사용할 때는 이와 같은 습관을 스스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외국어로 글을 쓸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한 단어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된다면 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피하려고 노력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하도록 하자. MS Word에는 이를 위한 아주 유용한 기능이 있는데, 바로 동의어 찾기이다. 원하는 단어에 커서를 두고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하면 동의어 찾기를 볼 수 있다. 제시해 주는 동의어 중에 원하는 단어를 골라 사용하면 되는데 이때 유의할 점은 동의어라도 상황에 따라 그 뉘앙스와 쓰임이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체크해 두었다가 검토를 받도록 하자.


5.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문장의 뒤에 위치하게 한다.

하나의 문장은 가능하면 하나의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사실상 글을 적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적 차이 때문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강조 문구의 위치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뒤쪽에 배치함으로 그 내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가령,

'커피의 향기 때문에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라는 문장을 만들어본다면, 내가 강조하는 것은 커피의 향기이다. 위의 문장을 그대로 번역하여

Because of its aroma, I love coffee.

라고 적는 것보다는

'I love coffee because of its aroma.'

라고 표현하는 것이 커피의 향기를 강조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국어의 문장을 그대로 번역해서 글을 작성하다 보면 나만 느끼지 못하는 어색함이 글 전체에 묻어나게 된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는 방법은 많은 글을 읽거나 쓰는 것뿐이다. 문장의 구조나 배치에 따라 의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이 또한 주의해서 작성하도록 하자.


6. 한국어로 연습하지 마라.

대학시기를 한국에서 보낸 후에 유학을 간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가장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이미 한국어 글쓰기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영어 작문이라고 하면 일단 한국어로 글을 쓰고 이를 번역하는 수순을 거치려고 하는 습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는 정말 피해야 할 습관 중 하나이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말을 하는 것, 아니 한국어로 생각하는 것까지 버려야 한다. 한국어의 문법적, 어휘적 구조는 영어와 달라서, 이러한 습관들은 영어가 익숙해지는 것에 방해가 된다. 더구나 한국어로 글을 쓴 후에 이를 번역한다면, 처음부터 영어로 글을 쓰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고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금세 익숙해질 테니 처음부터 영어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이러한 기술적 포인트를 알고 에세이를 작성하면 작업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글을 적다 말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 고치고 수정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평가자가 글을 읽는 데 불편함이 줄어들고 이는 곧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로 이어질 수 있다. 글의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초등학생의 문법 실력이나 외국인이 엉망으로 쓴 글을 꼼꼼하게 읽다 보면 상당히 신경에 거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보았을 때, 대학원생이라면 대학원생 수준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을 쓸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주자. 우선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서 ‘어떻게’란 글의 구성이나 내용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언제 글을 쓸 것인지, 얼마나 오래 글을 쓸 것인지, 무엇으로 글을 쓸 것인지 정하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글을 써 보면 자신의 글쓰기 속도에 대해 파악이 될 것이니 이를 바탕으로 에세이나 논문을 쓸 때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서 글을 써야 할지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한다. 계산된 시간을 일자별로 나누어 배치하고 그 시간만큼은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 나는 주로 밤에 글을 썼는데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책을 읽어야 하기도 했거니와, 밤에는 외부로부터의 간섭이 거의 없었기에 오랜 시간 앉아서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에 오랫동안, 많은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 말하자면 나의 전략이었다.


공부하는데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고 환경을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들은 나중의 사회생활을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이러한 경험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치열한 환경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본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그 근성이 되살아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금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치열하게 살고 있다면 참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지금의 경험이 앞으로의 나를 먹여 살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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