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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꼬 Sep 23. 2022

공채형이 들려주는 영국유학기

프롤로그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더 큰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임 만은 틀림이 없다. 누군가의 책을 읽었는데, 그녀 역시 책을 씀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내가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한 강연을 통해서다. 그 강연에서는 Personal Branding에 관해서 이야기하였는데, 사실 강사라는 사람은 퍼스널 브랜딩보다는 자기 PR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는 듯했다. 개인적 신상부터 잘했던 것, 자랑할 것 등등……. 한 시간 반 동안 자기 자랑만 실컷 하고 가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강연을 통해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사실 무릎을 친 것은 그 강연을 들을 때가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이었다. 강연은 시작도 하기 전에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을 위해서이며, 이 길의 끝에 그 무언가를 찾을 수는 있는 걸까? 만약 이 길 끝에서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러한 이상적 질문들이 이어지며 또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따라왔다.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회사 생활만으로, 지금의 벌이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며 만족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와중에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그래, 저거야!"라는 마음속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불확실한 경쟁 사회에서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일이 요즘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기껏해야 맛있는 음식으로 위안으로 삼는다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운동을 한다거나, 혹은 작은 엔터테인먼트로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열한 그 어떤 투자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바라던 마음의 위안을 선물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사실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서 우리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것은 미래의 나를 위해, 아니, 지금 현재의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퍼스널 브랜딩, 지금과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 나 자신에 대한 경쟁력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야말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또 최선의 투자가 아닐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나의 기억이 뚜렷하다고 느끼고 있는 지금 이 글을 남겨놓음으로 앞으로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 누군가에게 더 자세하고 더 생생하게 나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기도 하다. 유학 시절 나는 참 많은 것을 경험했다. 보통의 사람들(따지고 보면 나 역시도 보통 사람 중 하나이지만)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나는 경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니다. 누구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이다. 문제는 조금씩 그 경험들이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간다는 것이다. 내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는데 조금씩 그 기억들이 작아져 나라는 존재가, 혹은 나라는 성향의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 모든 존재는 무수히 많은 원인과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원인과 결과를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존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바둑과 같다. 나는 바둑을 두지 못하지만, 바둑을 좋아하던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바둑판 위의 모든 돌에는 이유가 있다. 실수로, 혹은 우연히 놓인 바둑알은 바둑판 위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첫수를 포함해서 말이다. 때문에 바둑 기사들은 자신의 바둑판을 몇 번이고 복기하며 승패의 원인을 수없이 뒤돌아본다고 한다. 한판의 바둑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렇게 많은 이해가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복기가 필요한 것이 당연한 일이다.     

흔히들 많이 이야기한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배경과 자라온 환경을 알아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호구조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전에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물어보면 이렇다. '나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선행 질문으로 '나는 타인을 이해할 만한 성향을 지닌 사람인가?'라는 물음이 먼저 와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이야기다. 내가 그러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다. 사실은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그들을 이해하려고 덤벼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나에 대한 복기를 하고자 시도하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내 경험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많을 때 기록으로 남겨두어서 후에 기억의 조각이 더 작아졌을 때, 나에게 또는 나를 알고 싶어 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나를 이해해 달라는 변명을 던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이라는 것을 써본 적도 없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써 내려가 결국 한 권의 책이 완성되게 될 때 내가 얻을 수 있을 희열과 성취감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이 말이 진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글을 쓰는 것이 시간적으로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내라고 보기에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달다. 사실 누군가에게 이 글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나는 나만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즐거운 나만의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식, 나만의 언어. 이 얼마나 자유롭고 재미있는 일인가? 책을 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한 보상일 것이며,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보다 더욱더 달콤한 데다가 영양분까지 풍부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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