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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23. 2024

학생 간식,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때론 총총한 - 노란쌤의  시선 살피기 


“어제 경희쌤 출장 가고 없는데,  졸업생이 찾아왔었어. 

    옆 반이었다던데. 그 학생 이름이 뭐더라?”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옆 반 학생이었지만 나와 묘한 인연으로 연결된 친구였다.     


그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 내자 갑자기 작년에 벌어졌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옆 반쌤께서 반 친구들이 배고플 때 주려고 교탁 아래 넣어둔 젤리를 

몇 명의 학생이 매일매일 몰래 먹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간식을 원할 때마다 계속 줄 수 없는 상황, 

학생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한 교사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던 이벤트이기도 했다.     


평소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며 사춘기의 최고봉을 달리던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만나는 편지 쓰기 활동을 생각해 내서

 마음의 상처를 드러낼 수 있도록 했던 날. 


깊은 대화를 나누자 펑펑 울면서 

그동안 그들이 해 온 온갖 행동들까지 모조리 반성하고,

 선생님께 진심 어린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그들.


          퇴근 시간 넘어서까지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던 그 기억까지 한꺼번에 살아났다. 


          이 사건에 연이어 갑자기 어제오늘 경험한 두 장면이 연결되어 동시에 다가온다.     


      어제 회의가 있어 6학년 교실에 갔을 때였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교실 뒤편에 과자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무척 낯선 교실 풍경이었다.     


“학생들 간식이요. 학생들이 이렇게 비치해 주라고 해서요.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요. 다 같이 먹고 싶을 때, 결정해서 먹겠다네요.”     


놀라웠다. 

왜 우리는 작년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만약 이렇게 했다면 과연 작년 빅 이벤트가 일어났을까? 

보는 것이 먹는 느낌을 준다? 

작년 우리 학생들에게도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짧은 순간 이 생각, 저 생각, 마구 솟아났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더욱 나를 놀라게 한 장면이 오늘 펼쳐졌다. 

 오늘 방문한 **초 워크숍 학생 간식이었다. 

여태 여러 학교 학생자치 워크숍 강의를 다녀보았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다. 

아니, 나 또한 여러 학생회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해보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바로 교사 연수 때, 출석부 옆에 종류별로 여러 과자를 두고 

먹고 싶은 것을 각자 가져가서 자유롭게 먹도록 준비해 놓은 것처럼 

학생들 간식도 이렇게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이 문화에 익숙해서였을까? 

   사전에 서로 합의한 약속이 있었을까? 

  

          쉬는 시간, 그들은 차분하게 먹고 싶은 간식을 가져가서 먹었다.      


나는 그동안 간식임에도 불구하고 한 줄로 서서 배식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은 아닐까? 

먹고 싶지 않으면 집에 가져가는 것으로까지 하면서 1인 1개씩 말이다.      


이것이다. 

바로 이거다. 

소소해 보일지 모르는 이 장면 하나에 

교사의 경영 철학이,  그 학교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늘은 가만히 내 주변을 둘러본다. 

내 소소한 일상을 큰 눈으로 자세히 살핀다. 

이 소소한 일상 속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날 테니 말이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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