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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l 07. 2024

왜 ‘올림’만 있고,‘내림’은 없어요?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수업 이야기 


꿀맛 같은 교과전담 시간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2학년 보결 수업을 들어갔다.

 국어 교과서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편지 쓰기’를 주제로 한 수업이 계획되어 있었다. 


매번 보결 수업 들어갈 때마다 느끼지만, 

그날도 학급 담임 선생님을 대신하여 

어떤 학년, 어떤 교과, 어떤 차시가 주어져도 척척 수업을 해내는 

    초등 교사의 전문성에 존경심이 절로 일어났다. 


일상생활 중에 마음을 전했던 서로의 경험을 나눈 후, 

  마음을 전하는 여러 방법 중 편지글의 내용 요소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갈 때였다.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묻는다. 


“선생님, 왜 ‘올림’만 있고, ‘내림’은 없어요?”


  편지에 쓸 내용을 마치고, 편지글 끝에 편지를 쓴 사람을 기록할 때, 

  윗사람일 경우에 ‘올림’을 사용하면, 

아랫사람일 때 당연히 ‘내림’을 사용해야 하지 않는지를 물은 것이다.


  처음 들은 그 질문에 감탄사와 함께 함박웃음을 터져 나왔다. 


 나는 왜 여태 편지글 맺는 단어인 ‘올림’에 그 어떤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친구들아, 오늘 함께 수업해서 즐거웠어. 

 혹시 학교에서 만나면, 우리 서로 인사하자. 

너희도 선생님한테 해주고 싶은 말 없니?”


“선생님이 친절해서 좋았어요.”


“선생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친절하다고 생각했어?”


“말을 할 때, 천천히 하세요.”

“저희의 질문에 자세히 대답해 주세요.”

“ 사납지 않으세요. 화내지 않고, 계속 웃고 있으세요.”


2학년 친구의 ‘사납지 않다’는 표현에 나는 또 한 번 빵 터졌다. 


“마스크 쓰고 있는데, 어떻게 웃고 있는 줄 알았을까?”


“선생님 눈이 계속 웃고 있어요. 눈 아래 볼도 위로 올라가 있어요.”


달콤한 교과전담 시간을 즐기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들어간 보결 수업에서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교실로 돌아간다. 


난 이래서 학교가 좋다.


학생들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수업이 즐겁다.

그들은 일순간 몇 마디만으로도 나를 부드럽게 녹여버린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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