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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l 07. 2024

다음에는 져보고도 싶어요

때론 몽글몽글한 - 노란쌤의 성찰 체육 수업 

코로나 상황으로 공동체 생활 경험이 부족해선지, 

새 학년 새 공간의 낯섦 때문인지, 

학년의 특성 또는 개인의 기질 때문인지, 

 학년초 함께 만든 공동체 규칙을 지키지 않는 친구들이 종종 나타났다. 


나는 이러한 ‘규칙 감수성'을 바로 ‘체육 놀이’ 활동에서 민감하게 깨어줄 수 있다고 여겼다.

   ‘놀이 활동이 즐겁게 진행되려면, 스스로 양심에 따라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감각 경험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놀이 중심 수업 안에

    ‘문답식’으로 사고를 자극하는 발문을 담았다.

    놀이가 끝날 때마다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전원 발표 형식으로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의 놀이 규칙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의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 놀이 후, 소감 발표해 볼까요?


순서 없이 자유롭게 말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이야기하는 룰이 있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모두가 목표점에 도달하면 된다’는 나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룰이다.


“친구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이겨서 좋았어요. 다음에도 이기고 싶어요.”\


  “이기려고 애를 썼는데, 져서 화가 나요.”

     오늘 터치했으면 한 우진이 성찰이 반가웠다.


“우진이가 화가 났구나. 친구들아, 우진이 말에 어떻게 생각해?”


“지면, 화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우진아, 다음에 또 체육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이기면 되잖아. 화 풀어.”


“진 팀이 졌다고 슬퍼할 수 있으니, 내가 이겼다고 너무 기뻐하지 않아야겠어요.”


“진 팀을 놀렸던 것이 미안해요. 앞으로는 안 놀려야겠어요.”


“여러 번 이겨봤으니 다음에는 져보고도 싶어요. 

많은 경험을 해보면 친구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 말을 듣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어서 말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교육했더니,

 성찰 내용이 점차 풍요로워지고 있었다.


“친구들아, 오늘 예나가 말한 ‘여러 번 이겨봤으니 다음에는 져보고도 싶어요.’가 선생님은 울림이 크다. 

선생님도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야. 

그동안 나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져줄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선생님이 했던 행동을 돌아보게 되네. 훌륭한 생각, 고마워.”


게임에서 져서 화가 난 우진이에게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었다.


“우진아, 혹 친구들 말을 듣고 우진이 감정에 변화가 생겼을까?”


“예! 기분이 풀렸어요. 다음에도 체육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리고요.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만약 우진이 감정에 반 친구들의 터치 없이, 이 상황이 그대로 흘러갔다면

과연 우리 반 친구들에게 성장이 있었을까?


가만히 지난 체육 시간을 음미해 본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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