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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간지 Feb 13. 2023

[시] 갓 스물의 일기장

입시 속에서 하루를 살고 죽던 시절, 밤이면 밤마다 유서를 남겨 왔었다.



스물의 일기장



유치한 그림이 그려진 작고 얇은 스프링 노트

하루를 살고 죽고, 다시 살고 죽던 시절

밤이면 밤마다 유서를 남겨 왔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깊은 회한


꼬박 스무 해를 저버린 아이에게

고작 몇 개월을 더 산 아이가

회한悔恨이 그득한 유서 더미에 회한回翰을 보내다.


뿌리 깊은 탄식의 페이지를 넘기고

사랑하는 것들에 감사를 써내려 가자는


가을의 아이는 겨울의 아이가

보낸 회한을

읽었을는지도 모르지.


반복되는 하루살이의 삶을 탈피한 지금

진짜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 대신 사랑하는 것들의 이름을 써내려 가겠다.




 대학 입시를 2년간 하면서 써온 일기장에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밖에 없었다.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야 비로소 적을 수 있었다. 저버린 날들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쓸 때의 손의 감각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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