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어코 내게로 왔다. 두 귀를 펄럭이며 깡충깡충~
계묘년 토끼 해에 태어나 어느덧 계묘년 토끼해가 되었다.
내가 태어난 띠의 해가 60년 동안 한 바퀴를 돌고 돌아 다시 내가 태어난 띠의 해로 돌아오는 것을 흔히 환갑, 회갑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렇다.
10대, 20대에는 어린 치기에 나에게는 결코 환갑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요즘에는 회갑연은 가족이랑 조용히 보내고 칠순잔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10대, 20대 때에는 일가친척을 초대해서 동네잔치로 크게 회갑잔치를 했다.
누구인지 기억도 잘 안나는 회갑연에 가서 '늙은 것이 뭐 좋다고 사람들 불러서 동네방네 잔치를 할까?'라고 비웃으며 나의 찬란란 젊음을 맘껏 뽐냈었다.
어리석게도 그 시기에 나는 젊음이 영원할 줄 알았고, 결코 늙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요즘도 그 나이의 젊은이들은 당시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발달연령상 그 나이에는 누구나 겪는 특성이니까.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고 하지 않은가.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수메르 점토판에 적혀 있는 요즘 젊은 애들도 세월이 흘러 꼰대가 되어 죽은 지도 3700년이 지났다.
37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요즘도 젊은 시절을 겪어본 '꼰대'들과 평생 늙지 않을 줄 알고 있는 '요즘 것'들 사이에 세대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쩌면 꼰대와 젊은것들의 충돌은 지구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나도 한 때는 요즘 것들이었다구
물론 나 역시 젊은것들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꼰대 소리 듣는 기성세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결코 기다린 적 없는 계묘년, 회갑이 되는 해가 오고야 말았다.
그렇다. 올해 나는 빼도 박도 못한 회갑이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6월부터 법 개정이 되어 만 나이로 변경이 된단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29일에 태어나 애먼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항상 투덜거렸었는데 법개정으로 인해 내 나이에서 두 살을 빼게 돼 아직도 50대이다. 다행인 건가? 다행이겠지?
나의 진정한 60은 내년부터 시작되니 두 살이라는 젊음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회갑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나이가 뭐라고 이렇게 나이에 연연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앞자릿수가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언제부터 누가 색으로 12 간지 동물을 백말이다, 흰쥐이다, 황금돼지이다를 구분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올해가 검은 토끼해라고 한다.
토끼 하면 대부분 흰색을 떠올리는데 말이다.
원래부터 토끼는 풍요와 다산, 지혜를 상징한다.
거기에 더해 검은 토끼는 특히 똑똑하고, 재능이 있고, 사회적응력도 좋다고 하니 돌 맞을 소리인지 모르지만 나를 봤을 때 일부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일부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해 태어난 모든 아기 토깽이들은 좋은 의미로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토끼가 잘 뜯어먹어서 토끼풀이라고 하는 클로버,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어쩌다 하나 있는 행운을 찾기 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밟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 태어난 검은 토끼와 찰떡궁합인 클로버의 행복과 행운까지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