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금요일 오후를 맞았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불금이다. 불타는 금요일 저녁. 그리고 연이어 이틀을 쉴 수 있다. 이 주간에 계획한 몇 군데만 더 돌아 점검을 하면 된다. 그런데 뜬금없이 전화가 하나 온다. 지난주에 휴지를 끝내고 전기를 투입한 대양농원 사장이다.
“부장님, 지난주에 전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잖아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차져서 하우스에 보온 커텐을 치려는데, 잘 안 되네요. 마그넷이 자꾸 떨어져요.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좀 봐 주실래요?”
오늘 가지 않으면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지나 월요일이나 갈 수 있다. 우리가 불금에서 이틀 휴식을 취하는 만큼, 비닐하우스를 짓고 식물을 키우는 농장에서는 커텐을 칠 수 없으면 그 이틀을 보온을 못한다는 뜻이다. 냉금(冷金)이 될 것이다.
“그래요? 오늘 일정을 끝내고 4시쯤에 들르겠습니다.”
“그래 주실래요? 고맙습니다.”
4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바로 하우스 커텐을 조작하는 조절기가 있는 판넬로 안내를 한다.
“여기가 600평이에요. 커텐을 머리 위 천장으로 두 겹을 쳐요. 옆으로도 사방으로 두 겹씩을 쳐야 견딜 수 있어요. 한겨울에는 이걸로도 안 돼서 온풍기를 틀어서 보온을 해 줘야 해요. 그런데 천장 보온 커텐이 조금 움직이다가 멈춰요. 마그넷이 떨어져요. 이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우선 마그넷을 점검해 볼게요. 어디 고장 난 곳이 있는지....”
후크메타를 조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우선 닫힘 마그넷의 코일 전압을 쟀다. 코일전압이란 마그넷에 전원을 공급해 주는 전선이 제대로 연결되었는지를 보는 전압이다. 코일전압이 220V로 들어오면 MC안에 있는 전자석이 작동해서 주접점을 연결해서 모터가 돌고, 그 모터가 커텐을 덮어준다. 수동으로 선택 스위치를 넣고 작동스위치를 눌렀다. 작동을 하고 코일전원을 재니까, 이상 없이 220V가 나온다. 모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그래도 주접점의 전압을 쟀다. 1차와 2차의 전압이 모두 380V가 된다. 닫히는 데는 이상이 없다.
“닫힘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열림이 문제에요. 열리다가 멈춰요. 왜 그런지 봐 주세요.”
열림은 아직 수동으로 놓고 작동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상태다. 작동 스위치를 넣지 않았으니 코일전압은 없다. 코일에 전압이 인가되지 않았으니, 주접점은 연결되지 않아야 한다. 코일전압이 없는데 주접점이 통전된다면 그건 고장이라는 뜻이다. 그걸 찾으려고 했다. 메가를 꺼내서 통전시험을 할 참이었다. L1 2차에다가 메가의 핀을 찍고, L1 1차에다가 집게를 댔다.
“퍽”
순간, 눈이 눈깔사탕처럼 튀어 나오는 줄 알았다. 0.1초다. 접점을 잘 못 댔다고 결과를 알려 주는 것이 0.1초다. 순식간이라는 말이 그 말이다. 아니, 순식간(瞬息間)도 아니다. 순식간보다 더 짧다. 순, 瞬, 눈 한번 깜박할 사이도 아니다. 식, 息, 숨 한번 쉬는 동안도 아니다. 0.1초에 누가 숨을 한번 쉬고, 눈을 깜박거릴 수가 있는가? 그보다도 더 짧은 순간이다. 눈은 ‘깜’일 뿐일 것이다. ‘빡’도 하기 전이다.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전기가 알려 주는 시간은 순식간보다 빠른 0.1초다. ‘0’ 아니면 ‘1’이니까 그렇다.
그 빠른 시간에 나타나는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 통전시험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었는지를 보는 시험이다. 마그넷의 통전시험은 코일전압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삐-’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삐-’소리는커녕 ’퍽‘하고 터져버렸다. 통전시험은 전기가 인가되지 않은 곳에서 해야 하는데, 깜빡 잊었다. 코일전압이 인가되지 않았으니,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고, 1차 측에다가 단자를 갖다 댔다. 이것이 문제였다. 코일전압이 인가되지 않은 것은 1차 측까지 온 전기가 2차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2차로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1차에는 전기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것을 깜박했다.
점검을 할 때도 아주, 심각하게, 주의를 해야 한다. 저압의 판넬을 열고, 그 판넬의 메인배선용차단기를 내려서 점검을 할 때가 있다. 메인을 내렸다. 전기를 차단했다는 말이다. 그 때 그 판넬에는 살아있는 전기가 있을까, 없을까? 있다. 메인을 내렸으니 없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인의 상단에는, 메인의 1차에는, 전기가 들어와 있다. 메인차단기를 내렸다는 것은 1차와 2차를 분리했다는 뜻일 뿐이다. 판넬에 들어 온 1차의 전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전기는 항상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충이라는 단어는 없다. 적당히도 없다. 냉정하고도, 확실하게, ‘0’ 아니면 ‘1’이다.
전기는 아주 짧은 시간에, 순식간보다 더 빠른 시간에 결과가 나지만, 그 영향은 엄청나다. 내가 잘 못 짚은 단자는 새까맣게 그을렀다. 메가는 점검단자가 두 가지로 되어 있다. 메가테스터기가 그 본래이름인데, 메가(Mega)를 잰다는 뜻이다. 1,000,000분의 1의 저항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접지(Common Earth)에 대는 끝은 집게로 되어있다. 집게를 물려 놓고, 다른 끝은 Line에 대서 절연저항이나 접지저항을 잰다. 그런데 내가 Line 끝을 2차에 대고, 접지 끝인 집게를 1차에 댔는지, 집게가 순식간에 붙어버렸다. 0.1초 사이에 ‘퍽’소리를 내면서, 강철로 된 집게가 녹아서 용접이 되어 버렸다. 집게가 붙어서 벌려지지 않는다.
도대체 0.1초 사이에, 얼마나 높은 전압이, 얼마나 큰 전류로 흐르면, 강철이 녹아서 붙어 버릴까? 아찔하다. 여기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열량이 순간적으로 발생했기에, 이처럼 엄청난 일이 발생했을까? 간단히 계산을 해 보자.
열량, H = 0.24 I²Rt [kcal]라고 쓴다. I는 전류고, R은 저항이고, t는 시간이다.
또 이렇게도 말한다. I = V/R 이다. V는 전압니다.
그러면 이렇게 공식을 바꿀 수가 있다. 열량 H = 0.24 x V²/R x t 다. 여기에서 V는 380볼트가 인가된 선이다. R은 철이니까 저항이 ‘0’에 가깝다. 가깝다는 것이지 아주 없지는 않다. 0.00000001 정도 된다고 치자. 시간은 아까 말한 0.1초다. 그러면 열량은 얼마나 되겠는가?
H = 0.24 x 380²/0.000000001 x 0.1 = 34,656,000,000 kcal 다.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뜻이다. 전기는 이렇게 무섭다. 그러니까 집게가 녹아 붙었다. 여기에 만일 절연장갑을 끼지 않고, 집게의 절연체도 없이, 1차 단자에 댔다면 어떻게 됐을까?
다행이도 메가가 불에 타서 못 쓰게 된 것으로 끝났다. 후에 볼트를 열어 내부를 확인해보니 1/3이 시커멓게 그을렀다. 전압을 잴 때나 살아있는 전기에 단자를 갖다 대야 하는 것을, 저항을 잴 때도 전기가 끊어 진 상태에서 재야하고, 통전시험을 할 때도 전기가 없는 상태에서 해야 하는 것을, 전압이 인가 된 걸 깜빡하는 바람에, 메가 하나 해 먹었다. 순식간이다. 그래도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난리 통에 대양농원 커텐을 또 마무리를 해야 한다. 마그넷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니,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열림 스위치를 넣고 커텐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렇다 이거다.
“사장님, 여기 좀 보세요. 닫힘 스위치를 넣으니까, 이상 없이 잘 닫히지요?”
“잘 닫히네요.”
“열림 스위치를 넣을게요. 잘 열리지요? 그런데 다 열렸어요. 그러니까 스위치가 멈추네요. 다 열렸으니까 멈춘 거지요.”
“아, 그러네. 열려 있는 것을 조금 닫았다가, 다시 열려니까, 금방 다 열려서 스위치가 떨어진 것이군요. 스위치나 마그넷이 고장이 난 것이 아니네요.”
“예, 맞아요. 다 정상이에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이고, 미안합니다. 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시지요.”
테이블에 가서 앉아서 냉장고에서 가져온 오렌지쥬스 캔을 따서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지만, 수용가를 다니면서 오늘 같이 말벗을 해 주어야할 때도 있다. 대양농원 김사장님은 55년생이란다. 같은 늙은이끼리 마주 앉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정기검사를 마치고 안전공사 직원은 다 가고, 불합격한 ASS를 교체하는 공사 이야기하다가, 안에 탁구대에 기계로 탁구공을 던져주는 머신도 구경하고, 집안 이야기도 했었다. 김사장이 또 자기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에 큰 아들네 네 식구, 작은 아들네 세 식구를 몽땅 불렀어요. 우리 두 내외하고 아홉이서 이 농장에서 작업을 했어요. ‘한꺼번에 작업량이 많이 생겨서, 갑자기 일꾼을 구할 수도 없고 해서 불렀다’고 했지요. 제가 시험을 한 겁니다. 하루 종일 화분에다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름을 넣고 모종을 심었어요. 품삯은 넉넉히 쳐 줬지요. 저녁을 먹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어요. ‘누구든지 이 농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와라. 내 그냥 다 준다.’ 그랬더니, 한 녀석도 온다는 사람이 없어요. 온다면 내가 돈을 받겠어요? 여기서 일해서 벌어먹고 살라고 그냥 주고, 나는 하남에 아파트에 가서 노후를 보낼 생각이었지요. 없으니 난 잘 된 거지요. 이제 조금 지나서, 두 내외 중 누구 하나라도 아프기라도 하면, 몽땅 팔아다가 은행에다가 집어넣고, 죽을 때까지 그 돈 가지고 살다가 죽는 거지요, 뭐.”
“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시는군요. 그래도 아들들은 가정을 다 꾸리고 제 밥벌이 잘 하고 있으니까 돌아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겠지요.”
“그럼요. ‘세상에 나가 살아 보니 만만치 않더라, 아버지 일이나 도와주고, 거기서 밥이나 먹고 살아야 겠다’하는 사람이 없어요. 다행이지요. 난, 또, 온다는 녀석이 없으니까, ‘평생 해 온 일을 접어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식들이 제 밥벌이 잘 하고 사는 것이 훨씬 좋더라고요.”
“그럼요. 그렇지요. 자식 농사 잘 지으셨네요.”
자연스럽게 김사장이 자식들을 키운 이야기로 넘어갔다.
“제가 여기에 2003년에 왔어요. 당시에 이명박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미사리 쪽을 돌다가 그랬데요. ‘여기는 왜 비닐하우스만 있나?’ 그 소리에 화훼농장을 하던 비닐하우스를 몽땅 내보냈어요. 많은 사람들이 충북음성으로 가고, 몇 사람이 여주 이쪽으로 왔어요. 이 근방에 그 때 온 사람들이 많아요. 하우스대신, 지금 하남 그 땅은 아파트 숲이 됐지요.”
“25년 전에 성남에서 온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사장님은 하남에서 오셨군요.”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 농장에서 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오면 일을 아주 잘 해요. ‘이거 저거 해야 한다’ 그러면 그 다음 설명은 안 해도 손발이 척척 맞아요. 그런데 내가 그랬어요. 아내에게도요. ‘임금은 그때그때, 바로바로, 현장에서 줘라.’ 아이는 일 할 때 얼마 받을 줄 알고, 일 끝나면 그 돈으로 뭘 할 것인가를 계산을 해요. 그냥 용돈 주는 일이 없었어요. ‘언제든지 일을 해라, 일 한만큼 임금으로 준다’ 였어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키웠어요.”
“경제교육을 시킨 거네요. 내가 돈이 필요하면 일을 하고, 일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당연히 받고.... 쓸데가 있으면, 또 나와서 일을 하고.... 야, 훌륭한 교육을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사회생활하면서 제 가정 꾸리고 제 앞가림을 하는군요. 일한 만큼 임금을 받듯이, 네 가정은 네가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 교육을 하신 거군요.”
“지금도 손녀들이고 손자고 오면, 트럭에 물건을 출하할 때, 시키지 않아도 물건 들어 날라요. 거기 손길 필요하지 않으면 손님 대접할 차라도 타서 내 오고요. 그러면 ‘할아버지 일손 도와주느라고 차 타왔어?’ 하지요. 그러고는 품삯을 넉넉히 쳐 줘요. 내가 손녀들 그냥도 주는데요, 뭐. 그까짓 것 일한 품값 박하게 주겠어요? 그러면 다들 올 때마다 기분 좋게 일하고 시간 보내다가 가지요.”
“전기처럼 결과가 금방금방 나오는군요. 전기도 잘 못 된 것은 아까처럼, 0.1초 만에 결과가 나오잖아요. 제가 이렇게 살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메가도 태워먹고요.”
“그거야 경험을 쌓으면 되지요. 하루아침에 되나요? 하여튼 김부장님도 그 연세에 활기차게 사십니다.”
“하하하. 별말씀을요.”
“한번은 큰 아이가 둘째를 낳았는데, 제 엄마를 보고 아이 좀 봐 달래요. 내가 그랬지요, ‘아이는 봐 준다. 네 엄마 품값으로 한 달에 300만원을 내라.’ 그랬더니 더 말이 없어요. 공짜가 어디 있어요. 제 부모라도 줄 건 다 줘야지요. 좀 늦으면 어때요. 제 손으로 헤쳐 나가야지요.”
“야, 그렇게 교육을 시키니까, 지금도 아버지 것을 거져 먹으려는 자식이 없네요. 대단하십니다.”
이쯤에서는 내 이야기도 간단히 해야 한다. 너무 듣기만 하면 다음에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저는 아내와 둘이 산지 10년이 넘었어요. 아들과 딸을 한 해에 한 달 사이로 결혼을 시켰어요. 아들과 딸이 각각 둘씩 자녀를 뒀는데, 손녀들이 둘이 초등학교 3학년이고, 하나가 1학년이에요. 다음 달에는 늦둥이로 낳은 손자 돌잔치에 갈 예정이에요.”
하면서 내 카톡 프로필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김사장님도 지난번 할아버지 생신잔치에 와서 중3인 손녀딸이 주차장 마당에서 추어주었다는 춤을 보여 준다. 추리닝 한 벌을 입었는데, 돌아가는 춤사위가 아이돌 같다.
“전기는 결과가 0.1초만에 나오잖아요. 사장님도 자녀든지 손주들이든지 결론을 빠르게 내 주셨습니다. 그게 정의고 공정입니다. 전문용어를 쓰지는 않으셨지만, 어릴 때부터 정의와 공정이 이런 것이라고 교육을 하신 거네요.”
“뭐 그런 거창한 말까지 갖다 붙이십니까?”
“우리 일상생활을 설명을 하지면 학계에서 쓰는 말을 빌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말이 있어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해요. 결론을 빨리빨리 내 주지 않으니까,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공정이 무너져요. 만일 제가 아까 잘 못 짚었는데, 그 결과가 내가 회사로 돌아간 다음에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사가 되겠어요? 안 되지요. 자녀들이 여기서 일 한 것을 나중에 한꺼번에 주겠다고 했으면, 경제교육이 제대로 됐겠습니까? 경제에 대한 인식이 자녀들 머릿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 이런 자식도 나올지 몰라요. ‘어릴 때부터 공부해야하는데 바쁘다고 일만 시키고는, 품값도 하나도 안 줬으니, 여기 내 지분도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들어와 살래요’ 하는 자식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얽히고 섥혀서 집안 꼴도 안 났을 겁니다.”
“그러네요.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러네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을 했는데, 4년 전에 고발을 해서 수사에 들어갔는데, 이제 첫 결말이 나왔답니다. 검찰에서, 그것도 ‘무혐의’라고요. 이렇게 느려 터져서 국민들의 경제의식이 올바로 자리를 잡겠습니까? 사기를 치고 주가를 조작을 해도 저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가 잡혀간 사람들은 그럴 겁니다. ‘나만 재수 없게 잡혀서 그래. 김건희는 들통나도 권력이 있으니까 잡히지 않잖아.’ 한국 정치가 전기를 좀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이 즉각즉각 나오게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김사장님을 닮든지요.”
“하하하, 우리 둘이 앉아서 한국 정치까지 다 해버리는군요.”
“저도 바로 결과가 확실하게 나니까, 전기를 할 때 정신 바짝 차릴 마음을 다시 먹잖아요. ‘정신 안 차리면 죽겠구나’ 하고요. 사장님도 자녀들에게 키우실 때 현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과를 내 주니까, 경제 교육이 확실하게 된 것이 잖아요. 국가도 그런 것 같아요. ‘공정한 사회’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빠른 판단을 공정하게 내려서 확실하게 정의를 실현하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요? 전기만큼 했으면 딱 좋겠어요.”
함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진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보겠습니다.”
“예, 부장님도 성공하셨네요.”
“예? 성공이요? 무슨 말씀을요.”
“요즘은 아들 딸 결혼 다 시키면 성공이래요. 그리고 두 내외가 건강하게 살면 큰 성공이지요.”
김사장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손을 흔들었다. 벌써 날이 땅거미가 지고 있다. 10월말이 되어서 해가 많이 짧아졌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지평선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오늘 일의 결과는 메가 하나 해먹었어도, 이번 주의 결과는 안전하게 잘 지나갔다. 다행이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