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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Feb 18. 2023

전집을 정리하고

어린이 전집과 어린이 도서관에 관해


어린이 전집과 어린이 도서관에 관해




‘이사 준비’는 물건을 줄이는 확실한 명분이 된다.


6년 전에도 이사할 때 물건을 간소하게 해 이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최대한 물건을 줄여 이동을 하고 싶었다. 평소에도 나름 정리를 자주 한다고 생각했으나, 신기하게도 버릴 물건이 계속해서 나온다. 계절별로 옷 정리를 할 때도 입지 않은 옷이나 아이의 작아진 옷을 정리하는데, 최근 1년 사이에 키가 10cm 훌쩍 자란 아이의 몸에 비해 작년에 입던 옷기장이 아주 짧아져서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이 제법 생겼다. 교회 친구에게 청바지나 외투는 전해주어 몇 번 더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 저학년 때 읽던 전집을 정리하려고 전집 매입 업체에 알아보았다. 일곱 질을 수거하는 데 돈을 줄 수는 없고 수거만 해가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지역 맘 카페 회원들에게 나눔을 해야겠다 싶어서 사진을 올렸다. 책 나눔 제목일 달리자마자 책 육아하는 엄마들이 발 빠르게 댓글을 달았다. 20여 분 만에 신청이 완료가 되었고 주말에 가지러 오시겠다고 해서 금방 일이 마무리되었다. 책을 읽어주려는 엄마들의 마음이 참 정겨웠다. 나 역시도 아이가 어릴 때 전집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꼭 필요한 곳에 나눔을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그대로 버리기에는 책의 가치가 저감되어 싫었다.



 한 번 더 나누고 쓰일 수 있다는 것이 환경에도 의미가 된다. 다른 아이들 집에 가서 그 아이들의 상상력을 건드리고 하나의 배경지식이 될 것을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동안 아이 책은 미련이 있어서 계속 정리를 하지 못했었는데, 이사를 계기로 말끔하게 정리를 했다. 아이가 집에 책이 있으면 지나다니면서 책을 읽을 일이 종종 있어서 말끔히 정리하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저학년까지는 어린이 전집이 집에 있다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을 읽는 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 도서관을 매주 다니게 되었다. 4~5년 해 보니 집에 있는 책은 자주 보지 않게 되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는 매주 도서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사 갈 집 앞 5분 거리에 시립도서관이 있다. 이제는 도서관에 더 자주 가서 책을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농 도서관 내부



 나를 스스로 미니멀리스트라 여기는데도 ‘물건이 참 많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양의 적당한 물건이 있는데, 며칠간 정리를 계속하다 보니 물건들 속에 ‘나의 게으름’이 보였다. 어린이 전집도 정리하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났고, 서류도 나중에 읽고 분류해야지 했던 것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집에 들어온 서류는 그때그때 확인하고 버릴 것으로, 보관할 것으로 분류하기로 마음먹었으나, 게으름 때문에 쌓아 두었던 서류들이 한가득이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아이를 보고 또 배운다. 아이는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열심히 만들었던 그림, 작품들을 나에게 한번 보이고는 ‘이건 보관해야지. 이건 버려야지.’하며 의사결정이 아주 빠르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의 물건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 아주 단순하다. 단순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부럽다.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는 우선순위까지도. 가장 재미있는 것을 먼저 한다. 해야 할 것을 먼저 하라고 잔소리하지만, 아이는 가장 행복한 일을 먼저 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한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아이. 나도 요즘은 아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해야 할 일을 한다. 효율성은 떨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사 준비로 물건을 줄이고 더 간소한 물건들과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늘을 소중히


                                                                  고선애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선물

이순간

지금을 살아가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

온 마음 다해 사랑하기

살아내고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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