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페이지를 살고 있을 때가 있다.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쓰지 못한 ' 그 장면'이 있다.
나는 그걸 '찢어진 페이지'라고 부른다.
누구나 인생에서 찢어진 페이지 몇 장은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 건 쉽게 쓸 수 없다.
시간이 걸린다.
쓸 수 없는 이유는 내가 '그 장면'으로부터 상처받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 전염되어, 나 스스로가 ' 그 장면'이 되었기 때문이다.
쓰는기분 / 박연준 157p.
회사 근처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는 작은 공원이 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화창한 봄날
걷고 있으면 이곳이 꼭 그 곳인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아담한 공원이다.
오래오래 걷고 싶지만 점심시간 잠시동안만 이곳에 들를 수 있다.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 곳 나만 알고 싶은 이곳에서 햇볕도 쬐고 새소리도 듣고
떨어지는 벚꽃도 바라보다가
이따금 들이닥치는 슬픔에 눈물이 핑 돈다.
이 시간이 참 좋은데
온세상이 침묵하며 '상처'가 온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소리없이 슬픔이 흐르고 흐른다.
살기 위해 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 이 장면은 쓸 수가 없다.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지금.
나는 마음으로 울고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