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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Jun 19. 2022

사인회

3시 시작 5시 종료, 2시간의 시간 동안 음악회와 120명의 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태양.


우연히 책방무사에 들렸다가 그날 류시화 시인의 사인회를 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로 책을 구매하고 대기표를 받았다. 38번. 대기를 해야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시인이었고,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챙김의 시’를 너무나 잘 봤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신간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시인의 사인본이 담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책을 사고 책방을 둘러보며 내가 읽었던 책들이 많은 것을 보고는 이 책방이 참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더욱 마음이 갔다. 30분 동안 책을 구경하고 2시 30분이 되어서 행사를 30분 당겨 일찍 시작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기 만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15분간 10명 정도 사인을 하니 1시간이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2시간이 지나도 사인을 받지 못했다. 다음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결국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오기로 사인을 받아냈다.


하루의 일과를 세우고 나의 시간을 통제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살아내면서 이러한 예측하지 못한 일들에 충분히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방법을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교만했다. 아직도 나는 내가 계획한 일과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힘들어한다. 어디서도 받지 못할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작가의 사인과 작가와의 짧은 만남을 우연한 기회로 얻었지만 이내 나의 자동적인 습관들과 생각들로 인해 기분이 망쳐버렸다. 이런저런 후회들에 사로잡혀 있다가 문득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기다려주는 시인의 삶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그의 영향력이 참으로 멋지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중하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그의 진심이  따듯하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120명을 사인하려면 이동시간 등을 제외하고  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30 정도였지만 그는 3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상황에서는 일의 진행이 너무 뎌디고 그렇게   ‘예술가 대한 선입견이 더욱 확고해졌지만,     눈을 맞추고 어디서 왔는지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등을 물으며 인사를 건네고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마음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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