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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정 Jan 20. 2022

우리 동네 망원동 게이트볼장

몸만 가면 돼요

   

모친이 서울로 오시게 되었다. 문제는 물설고 낯선 서울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지내실지가 걱정이다. 서울에 오면 친구도 없다, 갈 곳도 없다, 동네도 낯설다. 길이나 안 잃어버리면 다행일 것이다. 모친은 평소 취미도 없다. 자칫 뒷방 노인네처럼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될지도 모른다. 하나씩 꼽아보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종교를 가지면 어떨까? 그런데 절은 옛날에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뭔가 잘 안 맞는 눈치였다. 그러면 교회는 어떨까? 아는 목사님한테 물어보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예배만 본다고 한다. 그러면 안된다. 모친이 서울에 정을 붙이려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     


운동 모임에 가입하는 것은 어떨까? 친구도 생기고, 건강해지고, 기분도 좋아지니 일석삼조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게이트볼이 떠올랐다. 80살에 입문해도 괜찮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런 예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노약자들에게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라고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게이트볼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우리 동네 게이트볼장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망원 게이트볼장'하고 쳤더니 망원 유수지 게이트볼장 관련 내용들이 뜬다. 위치는 9번 마을버스 종점, 마포구민체육센터(망원유수지 체육공원) 안에 있다. 인조잔디 3면으로 된 게이트볼장은 그늘막까지 설치되어 전천후 운동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목표를 정했으니 이제 답사를 하러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둘러보는데, 몸을 풀고 있던 어떤 어르신이 왜 왔느냐고 물어본다. 가입 조건을 물어보았더니 무조건 환영한다고 한다. 나이의 제한은 더더욱 없었다.     

 

회비는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주 싸다고 한다. 월회비가 5,000원, 협회비 매년 약 20,000원 해서 1년간 총 80,000원이면 된다고 한다. 테니스의 경우는 가입비가 50,000원이고 월 30,000원씩 낸다. 가입비를 제외하더라도 연간 총 36만 원이다. 그에 비하면 케이트볼 회비는 가성비가 최고 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니 게이트볼 장비를 비싼 돈 주고 세트로 사야 될 것 같다. 어떤 걸 구입해야 하냐고 하니까, 그 어르신은 코트에 있는 장비를 쓰면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벤치 주변에 스틱과 공들이 널려 있었다. 회원용이라며 아무나 아무 때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복장은 편한 옷과 신발을 신으면 되고, 운동하는 날은 365일이라고 한다. 빨간 날에도 운동을 할 수 있다니 엄청난 메리트이다. 게다가 게이트볼장이 3개나 있어서 한 면에서는 게임을 진행하고, 다른 면에서는 연습을 하면 된다. 망원도 게이트볼장 최고다!

    

나부터 가입을 했다. 한 번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나중에 모친께 가입하도록 권유할 생각이다. 나이 들수록 이 운동이 좋은 이유는 치매 예방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비슷한 연배들이라 친구도 사귈 수 있고, 팀플레이를 하는 거라 머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 모녀가 즐겁게 게이트볼장에서 화이팅 할 날이 오기나 하는 걸까. 아니, 아니... 지금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모친의 서울살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편안해질 수 있도록 미리미리 강구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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