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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개 Sep 20. 2023

경제적 무능

도토리 경제관


"귀하의 계좌에 남은 도토리는 '3개'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하다. 도토리 3개로는  배경음악도 살 수 없다. 이제는 심각하게 일해야 한다. 이미 내 스킨과 배경음악은 변경된 지 1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청년실업 5천 명 시대에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청년실업률은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비트코인러를 제외한 비율이라고 한다. 세계화폐단위가 도토리로 통합되면서 비트코인이 80년 만에 부활하며 재미 좀 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비트코인러를 선언한 이들이 주변에도 종종 보였지만 알다시피 맛집이라 소개된 집은 우리 집 근처가 아니듯, 비트코인으로 대박 난 사람은 내 주변엔 없다. 티브이에서만 비트코인으로 대박이나 사치스러운 스킨과 랜덤 배경음악을 마구잡이로 사는 사람들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편의점도 식당도 로봇이 대체되었고, 웬만한 일은 AI가 진행하기 때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개 남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교차로'를 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보다 보니 내가 굉장히 무능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 할 수 없이 이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받아주십사 굽신굽신 부탁을 한다.


결국 나는 다시 이전 직장으로 되돌아왔다. 4년 전 그만둔 회사지만 내 자리에 내가 쓰던 숟가락이 남아있어서 놀랬다.

"s 씨, 오랜만에 복귀해서 미안하지만 바로 작업 들어가 줘야겠어요. 새로 나온 맛이 24개나 되거든."

나는 아이스크림 524에서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분을 얘기해 주는 담당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일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정도의 일이다. 정말이지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경제적으로 무능한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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