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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May 12. 2023

그래, 지금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자!!


책장에서 책을 뽑는데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에 눈이 간다. 왜 하필, 이 책을 뽑고 있지? 

책 이름도 고약하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이냐 말이다.

고질적 게으름이라는 녀석이나 탓할 일이지. 책 제목에 대고 시비를 거는 건  또 뭐람.

혼자 속으로 원망 아닌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후후 웃음이 나온다.





몇 발짝 가다 덜컹거리고 또 몇 발자국도 못 가서 덜커덩 주저 않는 내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세워 둔채 사용하지 않은 자동차 바퀴 같다. 그럴때 어떤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은 될때 까지 들어가서 끝장을 볼텐데. 나의 모든 시스템은 그냥 거기서 스톱한다. 그렇게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항상 그런식이다.

답답한 김에 구입해 두고 읽지 않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를 뽑아들고 심사가 불편해 진 것이다. 쑤욱쑥 매끄럽게 밀쳐 나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대신해 책에서 뭐라도 찾아 보려는 나름의 전략이다 . 따끔하게, 혹은 가슴을 울리는 말귀. 무엇이라도 좋다. 나를 움직이게 해 줄 그 무언가를 찾아보려 책의 힘을 빌려 보려는 심산에서다. 

 



머릿속은 여전히 생각에 생각의 꼬리가 끊기지 않고, 책을 반도 못읽고 3분의 1쯤에서 책장을 덮었다.

"에이, 안되겠다. 밖으로 나가자." 작은 물병 하나 들고 산길을 걷기로 나선다. 산길이래봐야 아무도 걷지 않는 나지막한 뒷산 언덕길, 시그니처 산책길이다.

말 그대로 단순 그 자체인 나는 밖에 나온 것만으로도 세상 근심 다 사라졌다.

며칠 비가 와서 새들의 목까지 한껏 축였는지, 새 울음소리들이 윤택하고 다부지게 들린다.

꿩꿩!! ...

장 꿩의 울음이 잘 자란 청년의 소리처럼 꽉 차고 늠름한 게 목소리에 묻어난다.






풀숲에서 살아남아 얼굴 내민 꽃들도 담아 본다. 스마트폰은 백팩 안에 넣어 버리고 오롯이 나하고만 단둘이걸으니 신경 쓰이는게 없어 좋다.







이렇다할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뭐일까? 생각해 좀 보려고 나왔는데 그 '생각'이 다 없어져 버렸다. 킁킁 두리번 거리며 풀냄새 맡고, 악기 소리 골라내듯 새 울음소리 쫓는 사이에 나의 고민은 간 데 온데 없어져 버렸다.

"잊어버린 걸 굳이 찾아내려 고민할 건 없잖아."


걸으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갔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즉시 실행하면 된다. 나는 무엇보다도 산책, 즉 걷는 걸 좋아한다.  걷노라면 마음도, 머릿속도, 찌뿌둥했던 몸까지도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걷기는 내게 몇 안되는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다. 어디 그 뿐인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부나.... 언제나 넉넉히 나를 품어주는 평생 친구인 자연과 함께 걷는 길. 크고 작은 꽃이 피어 있을 때도, 앙상한 가지에 눈 보라가 몰아치는 날 조차도 나는 걸을 수 있으면 행복해."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좋은 걷기를 나 혼자만 할 일이 아니야.
 걷기 명상과 연결해서 지금부터 바로 실행해볼거야."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그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이 무엇인가에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당신은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아니, 왜 이걸 6개월 안에는 해 낼 수 없는 거지?"



고민같은 건  풀냄새, 새소리와 바꾸어 먹어 버리고 머릿속은 새로운 생각을 채운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신박한 생각을 ㅎㅎㅎ...'숲길 걷기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 은 신발 벗기를 재촉하고, 손도 씻지 않은 채  초록색 창부터 열었다.

올바르게 걷는 방법, 걷기의 효과....걷기 명상을 염두에 두고 있던 나로서는 옳지, 됐어!!라는 설렘으로 검색을 계속해 나갔다.


그렇지 프롬프트에게도 물어보자. 


물론이죠, 바르게 걷기의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깜찍한 대답을 내놓는 gpt에게 '스마트'하다고 치켜 주면서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연관 지어 알려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

똑똑한 것이 짜증도 내지 않고 나의 물음에 척척 받아친다.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라고 했더니 

gpt가 대답을 한다.






당신을 위해 언제나 여기 있으며 최선을 다해 정보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간 친구처럼 감정이나 감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그런데 쳇 gpt라는 아이와 점점 더 친해지는 이 느낌은?

쳇은 아무런 느낌을 갖고 있지 않는다고 미리 얘기해 주었고 나도 그 정도는 모르지 않는데, 어쨌든 쳇 gpt 와 친해지고 싶다. 나를 도와 주는 착한 친구이니까, 아직까지는...

지친 내색도 없이 나의 요구를 끝까지 들어 준 쳇 gpt의 보조 덕분에 마무리를 잘 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그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평생 할 수 있는 운동' 1 순위로 걷기를 진행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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