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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Apr 20. 2023

마인드가 전부다

  

도망치려는 나  



  비행기에서 내리자 나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공항건물 안으로 들어와도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하다. 책을 쓰겠다는. 우선 문밖으로 나가서 편의점에 들러서 노트를 산다. 그리고 커피숍으로 가서 한 시간 정도 짬을 내 메모를 하고 이 생각들을 붙잡아 두기로 하자. 저녁에 집에 가서 정리하면 되니까. 그렇게 머릿속으로 대강의 지도를 그린 후 편의점에 들렀다. 그러나 공항 편의점답게? 노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가방 안에 있는 작은 노트를 대신 사용하기로 하고 테이블이 많이 비어 보이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5시 조금 넘어 출발하느라 기내에서 물 한 컵 얻어 마신 게 전부다. 케이크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니 생각들이 얌전해지기 시작하는 듯하다. 바로 앞의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Take Your Time' 그리고 따뜻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그래, 천천히 생각 좀 해보자

무엇부터 적을까? 무엇이 문제인 거지?






 비행기를 타고나서 한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과 생각들이 오고 갔다. 어제저녁 가방에 미리 챙겨둔 팀 페리스의『타이탄의 도구들』을 꺼내었다. ‘비행기 내리기 전에 서문과 목차 정도만이라도 읽어 두기로 생각했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인 팀 페리스는 팟캐스트 방송 진행을 하면서 만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며 친분을 맺었다. 그 결과 그들 삶의 위대한 가치와 경험, 깨달음 등을 메모로 남겼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수많은 메모들의 집약체이다. 







 한두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내가 찾던 해답, 아니 요 근래 2~3일간에 일어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원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내 머리를 깨부수는 도끼임에 분명하다. 앞 서두에서 나를 깨뜨리는 질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격려해 줄 사람이 필요한가? YES
정신이 번쩍 나도록 뺨을 세차게 때려줄 사람을 원하는가? YES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절실한가? YES
당신 삶을 빠르게 바꿔 놓을 계기가 필요한가? YES  


     





 그랬다. 나의 삶을 바꾸고 싶었고, 가능한 한 빨리 바꾸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나’에서 ‘앞으로의 달라진 나’를 절실히 원했다. 이전과 같은 삶이 지속되는 걸 거부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 거지. 왜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이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싹 지우려고 했던 걸까?  

    

‘初心’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다, 초심이다. 

내가 글을 쓰기로 했던 건 삶의 방법과 지혜들을 배우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나를 만나고 싶었다. 자기 계발 서적들을 사들이고, 유튜브 영상에서도 오직 나를 일으켜 세워 줄 만한 영상들만 골라보고, 새벽 기상도 해보고.....









그러나 변화한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닌 ‘나 자신’을 바꾸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한 달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내 안에서는 더욱 강하게 나를 몰아붙이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근본적으로 나를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설명을 하지 말고 주장하는 삶을 살라’



오래전부터 가슴에 두었던 메시지가 나를 부추겼다. 돌고 돌아갈 필요 없이 나를 직접 꺼내어 보자. 때마침, on-line을 통해서 ‘책 쓰기’ 무료강의를 들었다. 2~3 개월 전쯤 들었던 강사님의 지도 방법 중 하나인 필사를 조금씩 하던 중이었다. 준비되고 준비 안 되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신청을 했다.     







그 순간부터 나에게는 ’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하여 내 이름은 김 작가이다.

그렇게 나의 비상식적인 책 쓰기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모든 상황들은 드라마틱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책을 쓰기 위한 환경들이 하나 둘 갖추어지기 시작하고 원하는 것들이 때에 맞게 착착 준비되고 내 앞에 놓이는 기적 같은 일 들을 체험 중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집중에 방해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지만, 그 전과 다르게 그냥 흘러가게 두고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주 1회의 강의 시간, 아침 7시에서 9시까지의 강의 시간을 끝내고 컴퓨터도 끄지 않은 상태로 차키를 뽑아 들고 문을 나선다. 운전하는 동안 강의 내용을 잊지 말아야지 하는 내 맘과 달리 내가 지닌 기억은 수명을 다 한 듯했다. 그렇게 3회 차 강의가 끝났고 1주일간의 과제가 다시 주어지고 진행이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약한 이 때문에 치과에 가기 위해 2주째 서울을 오가고 있다. 뜻하지 않게 엉덩방아를 찧은 이후로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태다. 이 상황에서 억지로 버텨보려 했던 건 아닌가. 또 컴맹인 내가 엑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매번 아들에게 전화해서 도움 받아가며 근근이 며칠을 버텨 왔다. 그러다가 내 안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찾아냈다. 내가 지금 이 작업을 해야 할 때인가? 머릿속에는 책 쓰기를 그만둬야 될 백만 가지의 변명거리가 떠올랐다.      

‘너의 현실을 생각해 봐, 그게 더 먼저는 아니야? 그래, 여기까지면 됐어!

얼마나 부족한지도 자신이 알겠지. 아직은 때가 아니야. 더 많이 in-put도 하고, 너 만의 어떤 결과물을 만든 다음에, 그때 책을 쓰는 게 맞는 거야.’  





    




다른 한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곳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정작 너 일은 힘들면 슬쩍 놓아 버렸던 거 아니었어?

적당한 핑곗거리를 갖다 놓고 ‘이것으로 되었다’ 면죄부를 주어 그만두고. 항상 너는 뒷전으로 물러났지. 그 누가 밀어낸 것도 아닌데, 자기 자리를 자기가 지키지 못한 것뿐이야. 아주 고질병이 되었군. 맞아,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그래왔어. 그래서 지금의 현실이 너 앞에 있는 거고. 바꾸고 싶다면서 스스로 바뀌기를 포기하려고?’    



      

‘누구나 나비가 되어 날 수 있다. 단,
 먼저 번데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여기서 ‘번데기’란 당신이 서 있는 세계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인 시스템을 말한다. 당신에게 강요되는 사회규범들 말이다.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는 번데기를 안전한 은신처로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벗어나게 해 주지는 못한다.     

팀 페리스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그렇구나. 나는 두려워하고 있는 거였구나. 그래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고 했었구나.      

급히 써 내려간 메모지를 덮었다. 그리고 커피숍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마인드가 전부다.’

이미 나는 작가다.’     

읊조리는 내 얼굴 위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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