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으로 바뀐 나의 삶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을 보며 느끼는 진하게 느끼는 중이다.
유방암 수술 후 몇 달 동안은 '스트레스받지 않고 내 몸건강에만 신경 쓰자.'라고 생각했는데.
(예전 일기를 펴보니 이 말도 진실이 아니다. )
유방암일까 두려워하다 그렇다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수술을 앞두고 있을때는 죽음을 떠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술후엔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퇴원후엔 그 이후의 치료들이 걱정돼서 심장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다.
모든 폭풍이 끝나고 평온한 상태가 되니 열심히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괴로웠다.
불안할 때는 예전에 내가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좋다고 어디서 봤다.
'나 이런 사람이었는데.'라고 생각하다, 지금 이렇게 멈춰 서면 안 되는데 싶어 마음이 또 불안해진다.
그 불안이란 놈은 약 10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유방암 수술을 하며 병동에서 만났던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요즘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의 고민을 들은 언니는 "미정 씨는 왜 열심히 살려고 해요. 앞으로 우리 인생이 5년이 남았을지 10년이 남았을지 알아요? 재발되고 전이되는 거 순식간이야. 나는 그래서 다 내려놨어. "라고 했다.
도대체 내려놓는다는 것은 뭘까? 포기한다는 건가?
포기라는 단어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것 이라는 말처럼 내 사전에도 포기란 없는데 말이다.
유방암에 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도 친구도, 신랑도 자꾸 내려놓으라고 한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그리고 나 송미정으로 열심히 살고 싶었다. 그저 그것뿐인데 사람들은 말한다.
그게 다 욕심이라고 사람은 그릇의 크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암에 걸린 이유도 내가 그동안 욕심을 많이 내서 라고 한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산 것뿐인데 말이다.
'열심히'라는 단어는 내 삶의 원동력이며 바로 나인데 말이다.
죽음이라는 것을 진하게 느꼈으면서도 지금도 어떤 게 우선순위인지 모르고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강박적으로 매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날이 춥던, 비가 오던, 폭염이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 의해서 운동하지 못하는 것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쉬지 않고 글을 썼다. 이 공감의 하트가 뭐라고, 이 조회수가 뭐라고
나는 점점 숫자에 집착하고 있었다. 온전히 쉬어야 하는데 지금 이 시간을 다음 챕터의 나의 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바빴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이라며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린다.
어느 날 도서관에 다녀오면서 도서관 앞에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손님을 본다.
'바쁠 때 나도 저런 여유가 갖고 싶었는데. 여유가 있는 지금 나는 왜 못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 말고 날씨 좋은 가을볕을 받으면서 책이나 실컷 읽자 했는데
몇 장 읽지 못하고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글로 와다다 적는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산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