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 발걸음 Mar 15. 2024

봄이 오는 소리

'봄'이라는 단어에는 설렘이 따라온다.

긴 겨울 움츠렸던 몸을 조금씩 가볍게 움직이는 설렘.

무겁고 칙칙했던 옷에서 조금은 산뜻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변신하는 설렘.

겨울 동안 맡아보지 못한 향긋한 꽃내음을 코에, 눈에, 마음에 가득 담는 설렘.

초록색의 생명이 조금씩 움트는 것을 바라보는 설렘.

무엇보다 아이들의 길고 길었던 겨울 방학이 끝나서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갖게 된다는 설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봄'이라는 단어에서 많은 설렘을 찾아내곤 봄을 기다린다.

추위를 많이 타는 데다 겨울은 어쩐지 회색 기운이 연상되어 기분이 다운되곤 하니까.

반면 봄은 노랑과 초록의 산뜻한 색이 먼저 떠올라 내 마음도 덩달아 그런 색으로 물드는 것 같다.

그래서 3월이 기다려진다.

아직은 찬바람이 물러나기 싫어서 마지막 안간힘을 짜내느라 바람이 찬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낮엔 따스한 햇살과 조금은 따스해진 봄바람이 불어 봄이 느껴진다.

그러면 얼었던 내 마음에도 조금씩 봄이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이다.


그동안 추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집 주변 공원을 도는데 겨울 동안 움츠려있었던 생명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제만 해도 꽃망울이 없었는데 하루 사이에 조금씩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꽃나무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우와!! 이러면서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는다.


걷기 운동에서 만난 봄을 맞이하는 목련, 벚꽃, 산수유의 모습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명체를 바라보며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겨울이라고, 아이들 방학이라고 귀찮아서 내팽개쳐뒀던 내가 보인다.

예전보다 웃음도 조금 잃어버린 듯 무표정한 모습도 보인다.

이런 칙칙한 내 모습 별로다.

나도 저들처럼 조금씩 꽃망울을 터트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조금씩 색을 찾아서 떠나는 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봄의 생명체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주지 못하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춰 조금씩 걸음을 옮겨야겠다.

내가 지나가는 발자국에 희미한 꽃향기가 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의 이전글 물욕이라는 녀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