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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r 25. 2024

난생처음 백김치 만들기에 도전하다!


결혼한 지 햇수로 10년 차, 그동안 혼자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김치 담그는 것은 못하겠다고 단정 지었기에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결혼 전에는 부산에서 친정엄마가 김치를 보내주셨고, 결혼 후에는 강원도에서 시어머님이 김장을 해서 보내주신다. (두 분은 정말 다양한 김치를 하신다. 김장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백김치 등)

양가 어머님이 김장하시는 것을 보고 도와드린 적은 있는데, 보기만 해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였다.

시어머님은 직접 농사지은 배추를 수확해서 손질하고 소금에 절이고 씻는 과정을 거치신다.

고생하시니까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지만 어머님께서 직접 농사지으신 배추가 맛있긴 맛있다.

김칫소를 하시는 것을 봤는데 넣는 재료가 많았다. 어머님은 그 전날부터 준비하셔서 어떤 것이 더 들어갔는지 알지도 못한다.

감사히 담가주신 김치를 먹고 있는데 양가 부모님 모두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김장하시는 것도 힘드실 것 같아서 올해엔 우리 집에서 김치를 담가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다.

어머님께서는 아파트에서 그런 것 못 한다고,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은 생각은 든다. 김치가 맛있으니까.


그런데 그 맛있는 김치를 두 아들은 못 먹는다.

아직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그렇다. 너무 안타깝다.

물에 씻어줘도 그 김치맛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다.

그나마 백김치는 잘 먹는 편이다. 그런데 어머님은 손이 크셔서 백김치도 김치통 한 통에 가득 담아서 보내주신다. 너무 많다. 우리 아이들은 몇 번은 맛있게 잘 먹는데 시간이 지나면 잘 먹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요리하는 것에 꽂혀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데, 백김치를 담가 볼까?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백김치 담그는 영상을 몇 개 보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과정도 뭔가 복잡해 보여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그나마 건강하고 간단해 보이는 것으로 골랐다.


알배추 2개로 담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엄마가 백김치 한 번 담가보려고 하는데 먹어볼래? 엄마도 처음 하는 거라 맛은 모르겠지만."

"응, 엄마! 한 번 해봐. 엄마 요즘은 그래도 요리 실력이 좀 는 것 같더라."

"아.... 그래? 고마워. 한 번 해볼게."

배추 절이는 것만 6시간이 걸리기에 아이들 학교, 유치원 가기 전에 배추를 먼저 씻어 놓기로 했다.

내가 본 영상에서는 배추를 먼저 깨끗하게 씻고 소금을 많이 하지 않고 절여서 다시 헹구지 않는 것이었다.

이 분 영상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대로 따라 했다.

아이들 학교, 유치원 보낸 후 집에서 소금에 절여놓고 다른 요리도 하면서 재료도 같이 준비했다.

백김치에 들어갈 소는 5시간 후쯤에 준비해도 충분해서 그렇게 준비하고 6시간 되는 시점에 소를 안에 넣어서 백김치를 나름 만들었다. 


배추 씻어서 절여놓은 모습, 백김치 완성된 모습



김치통에 담가 놓으니 조금은 그럴싸해 보인다. 아이들에게도 모습만 보면 좀 괜찮아 보이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했다.

실온에서 하루, 냉장고에서 4~5일 정도 숙성시킨 후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그 시간을 거치는 동안 맛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엄마, 백김치 맛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야?" 물어본다.



완성된 백김치를 그릇에 담은 모습



드디어 6일 정도 숙성시킨 후 백김치를 썰었다.

오~ 모양도 냄새도 그럴듯하다. 아이들에게 주기 전에 먼저 맛을 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간도 잘 되었고 무엇보다 시원하고 맛있다. 

아이들과 남편의 반응도 엄지 척이었다! 맛있단다. 아, 뿌듯하다. ㅎㅎ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양파, 마늘, 멸치, 배, 무, 쪽파로만 소를 만들었는데도 이런 맛이 나오는구나 신기했다.

내가 하는 요리는 조미료 사용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식당에서 먹는 감칠맛이 부족할 때가 많은데, 재료만으로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앞으로도 하나 둘 조금씩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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