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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02. 2024

뭘 써야 할까?


나의 글쓰기는 기복이 심하다.

어떤 때는 가만히 있어도 글감이 나를 찾아오는 느낌이 든다.

그때 살짝 캐치해서 메모해 두거나 그 즉시 쓰면 어떻게든 글이 써진다.

며칠 후에 보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주변만 잘 봐도 쓸 거리가 넘쳐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글감의 소재로 무엇을 하나 겨우 떠올리면,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이건 아냐, 다시!'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럼 '별로인가?'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진다.

'아, 뭘 써야 하지?'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을 때가 있다.

숙제를 해야 하는데 내 능력 밖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슴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앉아서 나를 누르는 것 같다.



https://pin.it/shcQGBUeP



문득 매일 글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매일 무엇이라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데 난 왜 매일 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까?

자기 전에 감사일기 3줄 쓰는 것도 나름 쓰는 거라면서 위로할 때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것 같아 마음속에 뭔가 걸린 느낌이 든다.

아마 완성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글을 쓸 때 몸에 잔뜩 힘을 줘서 그럴 수도...

뭐든 편하게 몸에 힘을 빼야 생각도 유연해지고 그럴 텐데...


갑자기 힘을 빼야 한다니까 수영이 생각난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수영이라는 것은 새로운 도전인데, 무섭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을 주니 뻣뻣하게 굳어서는 자꾸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고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과감하게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겁을 먹고 있어서 쉽지 않다.

속으로 외친다.

'힘을 빼자.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래도 현실은 조금 갔다 다시 가라앉지만...

그래도 힘을 빼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게 쉽지 않을 뿐이지.


글쓰기도 그렇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써 내려갔던 글이, 어느 순간 욕심이 과해진 거다.

욕심으로 채워진 내 마음이 어느 정도의 한계선을 정해놓고 퇴짜를 놓는다.

그런 부담감에 생각 자체를 하기 싫어진 것인가?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외면하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 상태로 정체되거나 아니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겠지.

그냥 어떻게든 꾸준히 이어나가야 어떠한 결실이라도 맺는다.

무엇이든 항상 좋을 수는 없을 거다. 

'이 글은 도대체 왜 이래?' 이런 생각이 수도 없이 들 수도 있다.

책을 여러 권 낸 작가들도 책을 내기 전 이걸 출판해서 사람들에게 읽혀도 될까라는 고민을 한다는데.


힘을 좀 빼자. 몸에도 정신에도.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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