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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08. 2024

"엄마, 안 아팠으면 좋겠어..."

일 년에 한 번 있는 어린이날. 아이들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린이날이니까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말에 일이 많고 공휴일이라고 쉰 적이 거의 없었던 남편. 어린이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위해 쉬겠다고 한다!

오~~ 아빠의 이 한 마디에 아이들의 기대감은 더 부풀어 올랐다. 아빠와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5월 5일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예보가 있어서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새벽부터 주룩주룩 내릴 줄이야.

게다가 둘째 아들이 열이 났다. 새벽 6시에 39.3도.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더 재운다.

전날부터 기침을 조금씩 하더니 이렇게까지 열이 날 줄이야.

오전 9시 다 되어 근처 소아청소년과에 갔다. 50분 정도 기다렸다 진찰을 봤는데, 목과 코가 부어 있단다.

열도 나고 기침도 심해서 엉덩이 주사를 한 대 맞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둘째 아들, 거부한다.

주사는 맞고 싶지 않단다. 어쩔 수 없이 약만 처방받아 집에 왔다.


어릴 때는 약을 좋아하던 둘째였건만 지금은 약 먹는 것을 싫어한다. (어릴 때가 신기하긴 했다.)

약을 먹자고 줬는데 계속 뜸을 들인다. 10시 넘어서 아침약을 먹는 것이었기에 얼른 먹고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겨우 설득해서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던 둘째, 갑자기 토한다.

아... 약 냄새가 싫다고 하더니 결국... (이럴 때 보면 애들은 먹기 싫은 것을 보면 토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한 후, 몸을 닦이고 옷을 갈아입힌다. 남편과 함께 아이의 토사물을 치운다.

얼마나 먹기 싫으면 그렇겠냐 이해는 하지만 얼른 낫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음료수를 가져와서 옆에 놔두고 약 한 모금 먹고 음료수 한 모금 먹자고 꼬드긴다.

한참 망설이던 둘째 아들, 약과 음료수를 번갈아 먹더니, 3분 내에 다 먹었다.

너무 잘했다며 칭찬해 주고, 힘들 테니 좀 누워 있자고 했다.

아플 때는 푹 자야 빨리 나으니까... 엄마가 자기 옆에 있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기에 아이 옆에 누워 토닥토닥해 주었다. 지켜보다 푹 잠들었길래 점심을 먹으러 살짝 거실로 나왔다.

둘째 아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유치원생인데 아프더니 아기가 돼 버렸다.

업어달라, 안아달라, 엄마는 자기 옆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거의 붙어있다 보니 나도 조금씩 지치고 있었다.


남편과 얘기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둘째 아들이 울먹이며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내가 아픈데 왜 내 옆에 없는 거야?" 하... 뛰어서 아이에게 갔다.

"엄마가 밥 먹느라 그랬어. 다시 재워줄 테니 자자." 얘기하며 토닥토닥 재워 주려 하는데...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다. 그리곤 물어본다.

"엄마, 장난감은 언제 사러 가? 오늘 어린이날이잖아."

"아... 좀 더 자고 컨디션 괜찮아지면 가자. 그러니 조금 더 자."

"아니야, 나 다 잤어. 잠 안 와. 그리고 아까보다 나아졌어. 그러니 장난감 사러 가자!"

이 아이에겐 아픈 것보다 장난감 사는 것이 우선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이 근처 oo몰에 갔다. 그곳에 아이들 장난감이 많으니까.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천천히 보고 고르게 했다.

신나서 이리저리 구경하는 아이들. 첫째는 혼자 만들 수 있는 자그마한 것 한 개와 애플 크랩을 골랐다.

(생물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나를 끌고 가더니 계속 뜸을 들여서 네가 원하면 사라고 했더니 신나서 샀다.)

둘째는 먹이 주는 토끼 인형과 앵무새 인형을 골랐는데, 형 것을 보더니 자기도 생물을 사겠다고 한다.

이런... 형 따라쟁이 같으니라고... 둘째 아들은 토끼 인형과 가재를 골랐다.

이로써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된 아이들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마리의 생명체가 다시 집에 왔다.

이것은 운명인가 싶다.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아이들이 자기들이 키우겠다고 했으니...


장난감 고를 때는 엄청 신나 한 둘째였는데, 집에 오는 길에 힘들다고 얘기한다.

비도 많이 내리고 차는 많고... 겨우겨우 집에 와서 씻기고 눕혔다.

저녁 약을 먹고 잤는데 5월 6일 새벽 2시경 38.5도로 열이 또 오르고 있어 해열제를 먹이고 다시 재웠다.

5월 6일에도 미열이 조금 있고, 기침은 심하게 하니 목도 아프고 배도 아프다고 울먹울먹 하며 이야기한다.

"엄마, 안 아팠으면 좋겠어. 아프니까 힘들어."

오죽하면 이렇게 말하겠나 싶어 안쓰럽다. 내가 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그래도 놀 때는 형이랑 신나게 논다. 예전보다 지속시간이 짧고 피곤해서 누워있기도 해서 그렇지.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기침 소리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오후엔 괜찮더니.

기침하는 아이를 토닥토닥해 주고 겨우 숨소리가 괜찮아지더니 잠들었다.



https://pin.it/46 uMYHcun (일러스트)



다음 날 아침 3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원래 유치원에 가야 하는 둘째였건만 오늘은 가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열은 다 내렸는데 아직 기침이 조금 남아 있어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쉬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첫째 등교시키고 둘째와 집에 있는데, 둘째 아들 심심해한다. 놀아달라고 한다. 책 읽어주고 잠깐 놀아줬는데도 부족한가 보다. 형이 언제 오냐고 형이 학교에 간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물어본다.

내 체력이 되면 둘째와 많이 놀아주고 싶지만... 아이들과 삼일 동안 함께 있었던 데다 둘째 아들이 아프면서 나만 찾아서 나도 꽤 지친 상태였다. 목이 조금 따끔따끔하기도 했고.

그런데.. 아이의 상태를 보니 오늘 유치원에 갔어도 될 것 같다. 힘들다고 누워있지 않고 잘 돌아다닌다.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지금도 유치원 갈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기엔 선생님께 말씀도 드렸고, 시간도 지나서 오늘만 쉬자고 얘기한다. 그랬더니 알겠다며, 내일은 꼭 유치원에 가겠다고 한다.

내가 재밌게 못 놀아줬나 싶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도 재밌어하는 아이이니까.

나도 혼자만의 시간도 좀 필요하고 말이다.


아이에게 우리 건강하게 지내자고 이야기한다.

아이도 공감한다.

"응, 엄마 아프니까 하나도 안 좋아. 밖에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나 이제 안 아플래."

그래... 우리 건강하게 지내자! 그게 모두를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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