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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서 Jul 02. 2024

사랑은 어린왕자처럼

익숙한 사랑이 진짜 사랑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자신의 별에서 사랑한 꽃이 지구에서는 다만 5천 송이나 되는 흔한 장미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는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왕자는 작은 별에 사는 왕자였다. 그 별에는 한 송이 꽃이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 꽃과 사랑에 빠졌고  매일 물을 주며 유리덮개를 덮어주었다. 그런데 그 꽃은 심술궂은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다. 요구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고 어린 왕자는 그 꽃을 사랑하면서도 불행했었다.


결국 그는 꽃을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 별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그는 꽃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꽃은 어린 왕자에게 비난을 퍼붓지 않았다. 꽃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난 너를 사랑해. 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 내 잘못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도 나만큼 바보였어. 부디 행복하게 지내."


어린 왕자도 꽃과의 이별을 후회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 주었어.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어설픈 거짓말 뒤에 따뜻한 마음이 숨어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 모순 덩어리야!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어린 왕자는 이윽고 그 별을 떠났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러 별들을 여행했다.

그는 우선 같은 구역에 있는  소행성 325,326,327,328,329,330을 여행했다.

그 별들에서 어린 왕자는 왕, 허영쟁이, 술꾼, 지리학자, 사업가 등을 만났다.


 왕은 세상 만물을 명령하는 자신과 명령받는 타자로 구분했다. 그는 세상의 어떤 사람, 어떤 물건과도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

허영쟁이에게도 세상은 자신과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는 자기가 아닌 사람들을 단 한 번도 이해해 보려 하지 않았다.

술꾼은 자기 아닌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사업가는 소유관계로만 세상을 파악했다. 그에게는 세상이  자기 것과 자기 것이 아닌 것으로 갈라져 있지만, 자기가 소유한 것에 한 번도 정성을 쏟아 본 적이 없었다.

 지리학자에게 세상 만물은 지식의 대상이었지만, 그 물건 하나하나를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다. 그는 알 뿐,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으며,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게 모든 별에서 실망을 거듭한 끝에, 어린 왕자는 마지막으로 지구로 향했다.

지구에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마주쳤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부탁했고 어린 왕자는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있어. 나는 곁눈질로 너를 볼 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렇게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리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울면서 말했다.

"그럼 넌 얻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

여우는 대답했다.

"얻은 게 있지. 저 밀 색깔이 있으니까.."


그리고 어린 왕자는 지구에 피어있는 5천 송이의 장미꽃들을 다시 보러 갔다.

그리곤 그는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멋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 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그렇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은 장미에 소비한 시간 때문이었다. 어린 왕자가 이전의 별들에서 보았던 사람들로 표상되던 어른들은 다른 사람들 혹은 사물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람과 사물은 수단이었으며, 존재 그 자체의 의미는 없었다.

하이데거식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은 사람과 사물을 존재가 아닌 존재자 그 자체로서만 다루었다.


어린 왕자의 책에는 수많은 교훈이 있다. 수많은 해석이 있고, 수많은 철학이 담겨있다.

어쩌면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난 일화 이외에도 수많은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걸 모두 다루기보다, 이 부분만을 다루고자 한다.


나는 어떤 꽃을 좋아했고 그 꽃에게 물을 주었다. 다른 꽃이 싫은 이유도 간단했다. "내가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준 꽃이었기 때문이고, 내가 그에게 소비했던 시간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꽃들도 많지만, 내가 물을 준 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래 여자가 반이라 2500만이라 쳐. 근데 그중에 내 나이또래만 50만 되겠지.
그중에 권력은, 최상위층 빼고, 내 친구, 사촌, 친척, 가족이 좋아했던 여자도 빼. 괜히 꼬이면 복잡해지잖아.. 음 그리고 또.. 하.. 여자가 반이면 뭐 해. 너가 아닌데"


다른 것은 의미가 없었다. 내가 물을 준 꽃이 아니기에.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라는 여우의 책임이라는 말에는 무슨 뜻이 숨어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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