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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tist Jan 12. 2022

연예인도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을까

연예인의 근로자성


A. 연예인도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을까


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살펴보자


대중문화예술인이 일반적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52시간까지만 근로하거나, 주휴수당을 받는다거나,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렴풋이 짐작할  있다. 어찌 보면 활동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팬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어느 정도 융통성이 적용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우리 판례는 대중문화예술인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보고 있지는 않고 있다. 52시간 근로 제한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방송연예인은  52시간 이상의 근로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활동의 필요성을 전제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없는 연예인들이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인은 어떤 법으로 보호되어야 할까?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로 금전을 받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 오늘 HR은 대중문화예술인과 연예기획사 간 체결되는 표준전속계약서를 바탕으로 대중문화예술인과 소속사 사이의 계약에 대해 탐구해보려고 한다. 법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개념은 제외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B. 연예인과 근로기준법


브런치 첫 게시물로 대중문화예술인(이하 ‘예술인’)과 연예기획사 간 체결되는 표준전속계약서(이하 ‘전속계약서’)를 나름대로 분석한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최근 대법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 범위를 넓게 보아 방송연기자를 포함시킨 바 있다.(2015두 38092) 그러나, 노동조합법에 비하여 좁게 해석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는 일반적으로 방송연기자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대중문화예술인은 소속사와의 계약을 토대로 방송, 광고 활동 등을 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의 근로자성은 두 가지 경우로 구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광고나 드라마 등 개별적인 연예활동을 하는 경우 광고주 등 과의 관계에서 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이고, 두 번째는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경우 연예기획사와의 관계에서 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이다. 전자의 관계는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고, 이번에는 특히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서를 검토하여 전속계약의 태양을 나름대로 해석해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의 여지가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최근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는 점, 전속계약의 과도한 종속성과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 방송연기자 가운데 근로의 제약을 받는 미성년자 및 15세 이하의 연기자들이 많다는 점, 대법원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 기획사와의 전속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는 학설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전속계약의 내용을 검토하여 볼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C. 전속계약서 내용의 검토


대중문화예술인의 표준전속계약서의 주요 조항을 분석해보겠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는 ‘위임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

a. 위임 관계

전속계약서 제1조 목적과 2조 매니지먼트 권한의 부여는, 예술인의 활동 (이하 ’ 연예활동’)에 대한 매니지먼트 권한을 연예기획사에게 ‘위임’하고, 기획사가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필요한 제반 사정을 정함으로 한다. 제1조는 예술인과 기획사의 관계는 ‘위임’ 관계임을 명시하고 있다. 즉, 전속관계는 근로관계 등 종속관계가 아닌 민사상의 위임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 여부는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다른 조항의 내용을 계속 검토한다.

 

사실상 연예활동은 매니지먼트 없이 독립적으로 할 수 없다


b. 종속성

제2조 제3항 기획사의 권한을 살펴본다. 예술인은 계약기간 중 독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는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소속사의 사전승인 없이 자기 스스로 또는 기획사 이외의 제삼자를 통해 출연 교섭을 하거나 연예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예술인은 제삼자와 전속계약과 동일 내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속계약을 부당하게 파기 또는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전속계약 기간 동안 예술인의 연예활동은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는 행할 수 없으며, 연예활동 부문에서는 독립적인 영리 활동이 사실상 불가함을 알 수 있다.


근로자가 아니므로 실제 손해와 관계 없이 위약벌을 지급하는 계약이 가능하다


c. 위약벌

또한, 전술한 권한과 의무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이 계약 일방 파기의 목적으로 내용을 위반하였다면, 기획사는 제15조에 의해 14일의 시정 기간을 두고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의 청구는 물론이고, 예술인의 연예활동으로 발생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청구할 수 있다. 위약벌은 전속계약 시의 소정 금액에 근거하며, 일단 위임계약으로 보는 한 예술인의 행위로 실제 얼마의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그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 분배는 합의에 의존한다


d. 수익 분배

제12조 수익 분배를 살펴본다. 수익 분배 방식은 별도의 제한 없이 당사자 합의에 따른다. 이때, 수익 분배 대상은 총수입에서 소요 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한다. 한편, 예술인의 연예활동을 위한 능력 습득 및 향상을 위한 교육 제반 비용은 원칙적으로 기획사가 부담하게 된다. 한편, 이 조항 검토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표준전속계약서가 보편화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서울고등법원 판례(2015 가합 19327)를 찾았다. 이 판례는 전속 기간을 7년으로 정하고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현금으로 5일 이내로 지급하기로 한 전속계약이 반사회적 법률행위라는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1. 표준전속계약서를 사용하였고, 2. 기획사 입장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성공시킨 연예인이 무단으로 계약을 이탈하게 되면 큰 손해를 입기 때문이라 하였다.


원칙적으로 교육 훈련 비용은 매니지먼트 부담이지만…


공정위가 표준전속계약서를 배포한 취지는, 표준적인 내용의 불공정 장기 전속계약 등으로 인해 연예인이 지나치게 종속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전속계약서 제12조 4항을 살펴보면, 예술인 활동을 위한 제반 비용을 부담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기획사 측에 있다. 그런데 판례는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계약이 이루어졌음을 주된 판단요소로 정하면서도, 다른 한편 계약서에 의하면 본래 기획사가 부담해야 할 교육 등 제반 비용을 이유로 7년이라는 장기간의 전속 기간과 원고가 과도하다 주장한 계약 내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 입장에 비추어, 교육 훈련 비용을 원칙적으로 기획사가 부담한다는 이 계약 내용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D. 나가며: 전속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지 않을 경우의 문제


우선, 전속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지 않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심사청구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하여 계약 무효나 부존재 확인 소송 내지는 손해배상 청구 또한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전술한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전속계약을 맺은 예술인의 연예활동은 상당 부분 기획사에 의하여 결정되며, 예술인은 그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동의 및 거부 권한 만을 가진다. 기획사의 권한 및 예술인의 의무 부분과 위약벌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속계약은 위임계약을 전제로 하지만, 사실상 기획사와의 전속 계약 기간 동안은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는 예술인으로서의 영리 활동은 불가해진다. 연예활동에 관한 내용과 시간 및 장소는 기획사 측이 결정하고, 예술인이 독립하여 연예활동을 영위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종속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인다.


아동 청소년 예술인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전속계약을 맺은 예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면,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그러한 경우에도 위약벌로 인해 계약을 해지할 수 없어 강제 근로가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예술인의 평균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 오늘날, 미성년자의 연예활동에 대해 충분한 보호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법률만 놓고 보았을 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대중문화 예술 용역에 관해서는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나, 기획사와 예술인 간의 관계에 관해서는 제한이 없어 미성년자의 학습권과 근로권이 충분히 보장되기는 어렵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표준계약 약관에 아동과 청소년 보호에 관한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미성년자 연예인을 보호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획사와 연예인의 활동은 근로자를 공급하는 근로자 공급사업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 근로자 공급사업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9조에 의해 법률에 의하지 않은 자가 행할 수 없는 사업으로, 근로의 착취라는 전근대적인 악폐습을 방지하기 위함에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전속계약은 근로자 공급사업과 상당히 유사하면서도, 예술인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이 법 적용의 여지가 없어, 무자격자의 기획사 활동 난립 가능성과 근로 착취의 여지가 남아있다.


전술한 사정 들을 종합하여 볼 때, 전속계약을 위임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으로 보아 예술인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할 경우, 연예인의 활동에도 52시간 상한 적용이나 휴일 규정 적용 등으로 인해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융통성 있는 예술 사업의 운영을 보호하면서도,  예술인의 보호를 위해서는 표준거래약관을 중심으로 법적인 장치를 보완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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