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식구들과 함께
11월에는 터전의 중요한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내년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김장이다.
내년 일 년 내내 아이들이 먹을 김치를 만드는 중요한 날이다. 기획 소위의 주도하에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여 어제저녁부터 사전 준비를 시작하여 오늘 오후부터 본격 김장을 하였다.
김장에 대한 경험이 없어도, 김장의 방법을 몰라도 여러 사람이 모인 만큼 신기하게도 김장은 어찌어찌 잘 이루어진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김장은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었고 김치 맛은 일품이었다.
터전의 김장 날은 일 년 중 아이들이 김치를 가장 많이 먹는 날일 것이다.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김치와 함께 상에 올리면 평소에는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도 김치 한 조각에 고기를 곁들이며 잘 먹는다. 형님들과 친구들과 동생들과 함께 매운 걸 참아가며 경쟁이라도 하듯 얼굴이 빨개지도록 먹는 아이들도 있다. 신기하게도 방금 버무린 신선한 양념의 김치 맛을 알고 있듯이 아이들은 잘 먹는다.
올해 김장이 나에게는 터전에서의 마지막 김장이었다. 총 네 번의 김장을 하면서 네 살에 막내로 터전에 들어왔던 아이는 어느새 일곱 살 형님이 되었다.
지난번 먼 나들이도 그렇고 오늘의 김장도 그렇고 이런 귀한 경험의 추억들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그저 서운하다.
함께 밥을 먹는 이들을 ‘식구’라고 한다. 오늘도 터전에서 맛있는 김치에 함께 밥을 먹으며 조합원들과 모두 같은 식구임을 경험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힘든 일을 서로 함께 하기에 더 식구 같은 터전 사람들과 오늘도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