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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힛시커 Mar 27.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그만 뜨끔해버린 MBTI P형

뱁새(P)가 황새(J)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짐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저도 꼭 챙겨보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 보던 제 마음에 비수가 되어 콕 박힌, 마치 저한테 하는 말인양 날카롭게 뼈 때리는 대사 하나가 있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좌 나희도(김태리 분)/우 백이진(남주혁 분)


(막간 딴소리: 원래 남주혁 배우님 팬은 아니었는데 이 드라마로 팬 됨..ㅋㅋ)








태양고등학교 펜싱부 소속 나희도(김태리), 그리고 그녀의 코치 양찬미(김혜은).

4화에서, 나희도가 학교에 남아 야간 훈련을 한다고 펜싱부 선배들에게 된통 혼난 것을 알게 된 양 코치가 나희도에게 호통을 치며 한 대사가 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양찬미(김혜은 분)



나/선배들이 야간훈련 못하게 하는 거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양/그래서? 우짤낀데?

나/.. 계속 야간훈련할 겁니다.

양/계속 몬하게 하면, 생각해 놓은 수는 있고?

나/...

/졌다, 이미. 벌써 이 수 싸움에서 졌잖아. 니 선배는 니가 개기면 니를 우째 조질지 수를 서너 개는 갖고 있을걸. 근데 니는 가지고 있는 수가 하~나도 없네...(중략) 내 지금 펜싱 얘기하고 있다. 니 처음 내 찾아왔을 때 우쨌노. 그때도 별 수 없이 막무가내로 내한테 막 들이댔지? 그 때나 지금이나 니는 바뀐 게 없다. 달라진 게 없다고. 가진 수도 없이 그냥 막 밀어붙이잖아. 그 태도가, 지금 니가 하는 펜싱이다. 나희도, 니는 펜싱이 칼싸움 같제? 아니, 펜싱은 수 싸움이다.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니 수를 다루는 거, 그거를 경기 운영이라 칸다. 근데 니 펜싱에는 운영이 없다. 딱 지금처럼.




양찬미 코치가 나희도에게 호통치며 말한 이 대사가 바로, 제가 생각했을 때 제 자신에게 부족한 점과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밤새 궁리하며 머리 쓰는 게 싫고, 모든 수를 계획하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몸으로 부딪히며 맞닥뜨리는 상황에 그때그때 대처하는 타입이거든요.


MBTI 모든 해석 중에서 이건 백 퍼 나다, 했던 게 마지막 글자.. P/J 중에 저는 정말 확신의 P입니다.


실제로 제가 많이 하는 생각은, 이렇거든요..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벌써 계획을 세워? 우선 하자' 

'그래! 일단 해 보는 거야! 시도해 보는 거 어렵지 않잖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벌써 걱정하지?'

'아몰랑 일단 해보자고'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해낸다.. 다 하게 되어 있어!'




드라마를 보면서 극 중 나희도와 제 성격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긴 했지만.. 어쩜 이렇게 나한테 하는 말 같은 대사가 있을까 하면서 화들짝 놀라서 한번 더 돌려봤어요. 드라마나 영화, 책 같은 예술 작품 속에서 유독 내가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는 구절이나 대목을 발견했을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큰 충격과 울림을 받는 그 모먼트, 우연찮게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경험했습니다.


요즘 제 고민이 이 부분이었기 때문에 더 확 와닿았겠지요.

실행력과 추진력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보다 계획성이나 기획력은 조금 부족하다는 것을 깊이 통감하는 요즘이었거든요. 한 마디로 수를 쓰는 게 어렵습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지나 의욕, 열정은 가슴속에 가득한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은 좀 막막한? 그때그때 닥친 일 기깔나게 처리하는 건 자신 있는데, 장기플랜을 세우는 것에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처음 입사해서도 1/3/5년 계획이나 예산을 짜는 게 가장 어렵고 스트레스였지요.


제가 꼭 함양하고 계발하고 싶은 자질은 아래 두 가지인데요,

큰 틀에서 무언가를 기획하는 능력

운영을 잘하는 능력


밥먹듯이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과 생각을 해왔고,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그 분야에서는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짜인 계획 하에 내가 맡은 일만 착착 처리하면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고, 게다가 일이 잘못되어도 많은 부분 책임이 그 일을 지시한 상사나 팀장님께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저 같은 개인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덜한 경험이 아주 많습니다. 어쩌면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제가 무언갈 구상하고 그려나가고 또 책임지는 것에 있어 능력치가 많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획력이 딸리니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의지만 가지고는 진행되는 게 미미하고, 그러다 보니 분주하게 움직여도 방향성이 모호하고, 결국 마음속에 늘 꿈은 있지만 진정으로 그것을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이룬 것이 있냐에 대한 물음에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았던 최근.

브런치 활동이 뜸했던 3월 한 달 동안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정신 차리라는 듯이 드라마 대사가 저를 흠씬 혼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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