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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 첫 만남

1. 내면아이 첫 만남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무의식에 억눌러 놓았던 감정들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괴물인 줄 알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화가 나면 참거나 술을 마시거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노를 억누를 수 있었지만 아이를 키울 때는 더 이상 탈출구가 없었다. 극한으로 몰렸고 내 안의 부정적 감정들은 의식화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터져 나왔다.


내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이상을 좇으며 나를 판단하고 괴롭혔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그만큼 내 모습을 객관화해서 보지 못하고 있었고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늘 인식하며 외부환경에 나를 맞추며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상처를 주는' 나쁜 엄마', '몸 쓸 엄마 '프레임을 나에게 씌워놓고 ‘나는 바뀌어야 한다’며 ‘좋은 엄마 되는 방법’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이를 잘 키우려면 엄마가 성장해야 한다’는 엄마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처음‘내면아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11년 전이라 그때까지만 해도 ‘내면아이’에 대해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신기하고 놀라운 새로운 세상 같았다. 아파도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시간을 위로받는 것 같기도 하고 감정괴물로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다. ​​


내면아이 강연을 들으러 가면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픈 통증이 왔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몇년을 머리통증으로 고생을 했고 감정괴물은 더 심하게 올라와서 내 일상을 뒤흔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심하게 눌러놓은 공을 '탁' 놓았을 때 심하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억눌러 놓은 사람은 분노조절장애자, 다혈질인 것처럼 심하게 튀어 오르거나 심하게 누르기만 하다 보면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장애등 장애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와 다툼이 생기고 둘째가 기절하는 상황, 시댁과 합가등 더 큰 과제가 다가왔다. 감정을 다룰 줄도 몰랐고 부정적 감정이 휘몰아쳤을 때 나는 바로 나를 공격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니까 나를 공격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무의식은 결정한 것 같았다. 나를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도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들이 자꾸 펼쳐지니까 마음은 지옥 같았다.

지옥에서 벗어나야 아이도 나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내면아이 치유를 받기로 하고 했다. 처음 간 곳은 1박 2일 코스였다.


내면아이 코칭을 받으러 갔을 때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처럼 아이를 키우다가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온 엄마들이었고 여러 번 내면아이 치유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다. 나는 처음이다 보니 당황스러워서 멀뚱히 쳐다만 봤다. 평생 동안 피해왔던 감정을 대면한다는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타이어를 두드리며 풀어내는 분도 계셨고 혼자 중얼중얼거리면서 명상하듯 눈감은 분, 서럽다고 엉엉 우는 분등 다양하게 자신의 감정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 공간은 안전한 공간이었고 목적이 있는 곳이었음에도 저항감으로 마음이 불편했고 당장 그곳을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시간 내면아이와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십 년 만에 만났다.


나의 첫 내면아이는 내 마음속 동굴 속에서 세상을 등진채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 안에 엄청난 아픔을 지닌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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