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부추로 밥상을 차리세요.
봄 부추를 3단이나 샀다. 봄에는 인삼보다 몸에 좋은 부추. 부추 부침개를 하고, 나머지는 부추김치를 담고 일부는 부추잡채를 하려 한다. 젊을 때 부추를 시댁에서 가져오면 정말 좋은 밭 부추임에도 귀한 줄 몰랐다. 시골 밭 부추는 마트에서 파는 하우스 산이랑 다르다. 힘 있고 달큼하며 향도 강하고 오래도록 김치를 해도 처지지 않는 힘이 있다. 짧고 체가 굵어야 하며 노랗게 떡잎이 안 져야 좋은 부추다.
신선한 부추를 샀어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부추는 힘없고 달큼한 맛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식구들 모두 있을 때 부침개를 한다. 우리 집은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부침개보다 얇고 바삭하며 야채가 풍성한 부침개를 좋아한다. 지글거리는 기름 냄새를 풍기며 부치자마자 꺼내놓았을 때 식구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오늘도 부치는 손보다 먹는 손이 많아서 기다리자마자 식구들 입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부추 부침개라 그런지 입맛이 살아난다. 나머지는 씻어서 물기를 쪽 빼놓는다.
묽은 찹쌀 풀을 쑤고 식혀서 고춧가루, 마늘 약간, 멸치 액젓, 새우젓, 매실 조금, 설탕 약간을 넣고 양념을 준비한다. 물기 뺀 부추엔 양파 반 개를 썰어 넣고 멸치 액젓으로 살짝 간해 놓는다. 살짝 숨이 죽은 뒤 양념을 넣고 살살 버무린다. 힘 있게 버무리면 풋내가 나기에 슬쩍슬쩍 뒤지듯이 섞어주어야 한다. 그런 뒤에 통깨를 살짝 뿌려주면 된다. 간단하지만 지나친 양념을 하면 맛이 없기에 약간 적은 듯한 양념을 버무려야 원래 맛을 살릴 수 있다. 숨이 죽고 익기만을 기다리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부추김치는 살 큰 한 향을 풍기며 익어간다. 어느 김치보다도 향과 맛이 독특해서 입맛을 살려주는 귀한 존재로 사랑받으며. 봄 밥상에 잘 익은 부추김치 하나면 혼자서 밥 한 공기 먹는데 무리가 없다. 귀한 존재인 부추김치로 입맛 한번 찾아보시길.
저녁때 썰어놓은 부추에 양파 한 개를 채 썰고 노랑, 붉은 파프리카 조금, 마늘을 곱게 채 썰어 놓는다. 돼지고기 안심을 곱게 부추 길이만큼 썰어 간장, 설탕, 미림, 후추를 넣어 조물조물 간을 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양념한 고기를 넣고 젓가락으로 흩으면서 볶는다. 거의 익어갈 때면 양파와 파프리카를 살짝 볶은 뒤 마지막으로 부추를 넣고 굴소스와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마무리를 한다. 살짝 익힌 부추잡채가 알록달록하게 색을 내며 입맛을 부추긴다.
부추로 3가지 요리를 했다. 부추 부침개와 부추김치, 부추잡채까지. 적은 양이라도 입안 가득 봄을 느낄 수 있다. 이봄 지나치다 부추를 발견하면 한번 담가도 좋다. 입안 가득 봄을 맛볼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