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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l 03. 2022

오이지가 익어가는 계절

장마 전 준비할 품목


 장마가 오기 전 준비할 게 있다. 마트에 들러보니 오이지용 오이가 제철이다. 조금 지나면 오이의 씨알이 굵어져 통통하게 되니 그전에 오이지를 담가야 한다. 아삭한 오이의 식감을 좋아하니 손이 수고스러워도 저절로 계절이 주는 선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에는 소금물을 끓여서 붓는 전통방식으로 오이지를 담갔다. 소금물은 8~10%를 맞추면 짜지도 않고 딱 간이 알맞다. 그래서 굵은소금과 물을 계량해 넣어 솥에 끓여 붓기를 반복했다. 요즘에야 물 없이 하는 오이지를 담글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오이지용 오이가 한 꾸러미에 50개씩 있으니  개면 한 접이다. 날씬하게 올 곳은 모습으로 잘 뻗은 오이가 어서 담아달라 손짓하는 모양새다. 오이를 싱크대 가득 넣고서 구석구석 잘 씻었다. 물기 없이 말려야 해서 채반에 모양대로 잘 얹어 놓았다. 그리고 김치통 큰 걸로 두 개나 준비했다. 한 접은 많기는 하다. 먹을 식구가 많지도 않지만, 올 때마다 조금씩 만들어 자녀들에게 나눠주고 엄마도 일부 맛보시라 드려야 해서 넉넉하게 했다. 막상 다 해 놓고 보면 많지도 않다. 오이에서 수분이 나와서 쪼그라들고 부피가 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통에다가 물기 뺀 오이를 담고서 소금, 설탕, 식초를 1:2:2로 넣고 청양고추와 고추씨 한 컵, 조금 부족한 듯해서 월남 고추 조금을 첨가했다. 그리고 소주 1병을 붓는다. 소주는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서 골마지가 덜 끼게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게 통에 담아 놓고 매일 위아래 오이를 바꿔주면 골고루 절여지게 된다. 일주일이면 오이가 노랗게 익어가고 쪼그라 들어서 통에 수분이 가득하게 된다. 두통에 담았던 오이를 군데 모아 담았다. 그래도 통이 남는다. 오이의 수분이 다 빠지고 새콤달콤 매콤한 맛이 들었다. 별 양념 없이도 잘 절여진 오이지를 맛볼 수 있다.



 오이지를 쫑쫑 썰어서 물기를 꼭 짜고 수분을 제거한다. 오이지 반찬 만드는 일 중에 이게 제일 힘든 과정이다. 손아귀의 힘으로 꽉 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요령껏 눌러서 제거해도 된다. 너무 많이 꽉 짜면 오돌 한 식감은 있으나 좀 건조한 맛이 나고 덜 짜면 수분이 많아서 아삭한 식감이 덜하다. 입맛에 맞게 각자 자기 취향대로 하면 된다. 이미 간이 다 배었기에 매실액 조금,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서 조물조물 무치고 참기름, 깨를 뿌리면 완성이다. 여름 밥반찬으로 이것만 한 게 있을까. 입맛 없을 때 물에 만 밥 위에 아삭한 오이지를 턱 하니 올리면 숭덩 넘어가는 맛이다. 여름이면 꼭 먹어야 할 반찬이다.



 어릴 때 엄마는 오이지를 한꺼번에 썰어 양파망에 담아 도마 위에 놓고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았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면 식감이 아삭하고 꼬들한 질감이 된 오이지무침을 맛보게 된다. 엄마의 오이지는 김밥을 말 때 넣으면 더 맛있다. 내가 먹던 오이지의 식감보다 지금의 촉촉한 식감이 반찬으로 더 좋기도 하다.



 아이들이 돌아갈 때 각종 김치류는 무겁다고 잘 안 가져가도 오이지는 꼭 가져간다.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오늘도 오이지 반찬을 꺼내서 떨어진 입맛을 보충할 여름 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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