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냄새와 두 개의 콧구멍

by 자자카 JaJaKa

그가 콧구멍을 벌름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이 시간만 되면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자동으로 그의 콧구멍 속의 세포가 이리저리 활발하게 움직인다

매일 무슨 음식을 해 먹는 것인지

가끔 외식을 해도 좋으련만


오늘은 돼지고기 김치찜인가 보다

그의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방금 전에 쿠키 한 봉지를 먹었건만


국물을 졸이는지 한결 냄새가 강하게 올라온다

순간 배고픔이 밀려오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점심 메뉴도 변변치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급격히 허기가 밀려온다


그가 냉장고에서 얼른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어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는다

허기 때문에 빠져나갔던 기운이 조금씩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른 하나 더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이제야 그의 혈당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제는 꽈리고추 멸치조림 냄새로 그의 위를 쪼그라들게 했고

어제는 청국장 냄새로 그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돼지고기 김치찜이라

이 정도면 테러가 아닌가 싶다

배고픔 유발 테러


그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후각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고는 했다

아이들과 뛰어놀다가도 저녁 무렵이면 집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로 오늘 저녁 메뉴가 뭐인지를 맞출 때도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았다

때로는 너 개 아니니? 하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여기서 개는 성격이 개 같다는 얘기가 아니고 후각이 개처럼 뛰어나다는 얘기이다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그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를 순간 흘려듣고 말았다

그는 내심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뒤로 돌아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하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칙칙폭폭 소리와 함께 “뜸 들이기를 시작합니다”라고 그녀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인 밥을 하는 냄새가 난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밥 냄새를 좋아했다

밥 냄새를 맡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아니고 크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어 굶주림에 배를 곯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은 그에게 후각이 발달되어서 좋겠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좋다는 것인지 그는 당최 모르겠다

맛있는 냄새만 맡는 게 아니라

방귀 냄새건 음식물 쓰레기 냄새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냄새도 잘 맡는데

그런 것은 어찌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인지


그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아랫집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스팸을 구워 먹으려나보다

기름진 냄새가 그의 후각을 미쳐 날뛰게 한다

정말 이러기야? 한 번 먹어보라는 말도 없이?


그는 냄새에 관해서 만큼은 매너가 있는 사람이다

그의 냉장고에는 마트에서 사 온 김치와 조미김, 고추장 그리고 계란 한 판뿐이다

뭘 더 바라겠는가

“ㅇㅇ가 맛있는 밥을 완성하였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꾀꼬리 같은 음성을 듣자마자 그가 바로 주걱을 쥐고 밥솥을 열어 밥을 좌우로 여러 번 잘 저어준다

잘 익은 밥 냄새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밥만 먹어도 꿀맛인 것을

오늘은 머슴밥으로 먹을 생각에 그가 찬장에서 대접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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