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야

짧은 소설입니다

by 자자카 JaJaKa

연희야,

내가 너를 본 것은 버거킹의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 거리고 있을 때였어. 그날은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을 거야. 가을 날씨라기보다 오히려 초겨울 날씨로 느껴졌을 만큼 바람이 차가웠지 싶어. 길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손을 들어 올려 옷깃을 여미는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보며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고 있을 때 나는 너를 보았다.


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횡단보도 근처에 서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둘러보고 있었어. 예상치 못한 날씨에 추운지 고개를 푹 파묻고 서 있는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나의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뜨거운 커피를 얼른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아니? 눈물이 나올 만큼 뜨거웠단다.

나는 내 목구멍의 아픔을 잊고 소리를 질렀어.

연희야, 연희야, 연희야.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너는 내 쪽을 돌아보지 않았어. 나는 네가 일부러 나를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 아니면 내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지.

그래서 더욱 큰 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어.

연희야, 연희야, 연희야.


나는 두꺼운 창문으로 인해 내 목소리가 너에게까지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어. 이중창이 소음을 그렇게까지 차단하리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니.

늘 얇은 창문만 보며 살던 내가.

내가 너의 이름을 몇 번 더 불렀을 때 버거킹 안에 있던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이 시끄럽다며 인상을 찡그렸어. 그 당시에는 그들의 짜증 섞인 말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단다.

내 눈에는 너만 보였거든. 오직 너만...


결국 참다못한 누군가의 완력에 의해 나는 버거킹 밖으로 내보내졌어. 어쩌면 내가 조용히 밀려 나왔던 것일지도 몰라.

너 알지? 나도 힘 좀 쓰잖니. 내 등 근육 본 적 없었나?

아무튼 그렇게 버거킹 밖으로 밀려 나와서 자세를 추스르고 네가 서 있던 쪽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에 너는 없더구나.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나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혹시나 네가 걸어가고 있는지 살폈지만 너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어.


나는 네 이름을 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그 자리에 스르르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있었어.


그러다가 일어나 걸었어.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른 채 한발 한발 걸음을 떼다가 바람에 실려 오는 담배 냄새에 내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을 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공간에 어느 여자가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

담배를 피울 거면 당당하게 피던가 저렇게 구석에 쪼그려 앉아 궁상맞게 피는 건 또 뭐야, 하는 생각을 했어. 그때만 해도 나는 그 여자가 너라는 걸 몰랐거든. 그러다가 그 여자가 너라는 걸 알게 됐어. 연기를 후하고 내뿜으며 고개를 드는데 너더라. 눈물을 흘리며 담배 연기를 뿜고 있더구나.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가서 눈이 매웠던 것일까?


그 후에 몇 해가 지나고 또 몇 해가 흘렀구나.

나는 그때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어. 그렇게 목청껏 네 이름을 부르던 내가 말이지.

쪼그려 앉아 궁상맞게 담배를 피우던 네 모습을 보니 다가가서 얘기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것일까?

만약 네가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면 가서 말을 시켰을까?

아니 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다가가서 말을...


너는 그때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누구를 기다리다가 그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쪼그려 앉아 있던 것일까?

나는 가끔 그때를 떠올려.

그때 내가 다가가서 말없이 네 옆에 쪼그려 앉아 같이 담배를 피우며 네 곁을 지켜주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왜 화살표는 서로를 향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향하는 것인지. 내 화살표는 너를 향하고 있었는데 네 화살표는 내가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던 것인지.


연희야,

사랑은 오는 것인지 사랑은 가는 것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어.

몇 해가 지나고 또 몇 해가 흘러야

내가...

사랑을 알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 가지 소리와 한 권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