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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y 07. 2024

부은 게 아니라 찐 거예요

설 명절에 처가에 다녀왔다. 처가가 강원도 춘천이라 보통 처가에 갈 때에는 용산역에서 ITX 청춘열차를 타고 간다.     


명절 연휴 춘천에 있는 처가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서 인사를 하는데 장모님이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이런 말을 하시었다.

“자네 왜 이리 얼굴이 부었어?”     


대뜸 내 얼굴이 왜 이리 부었냐는 장모님의 물음에 순간 당황을 했다. 혹시 어디 안 좋은데라도 있어?라고 물으시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부은 게 아니라 살이 쪄서...”

“뭐? 살이 쪄서 그런 거라고?”

내 대답에 장모님의 눈이 커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아내가 냉큼 껴들어서 한 마디를 했다.

“엄마, 내가 잘 먹여서 그래. 요즘 내가 잘 해먹이고 있거든.”

그러고 나서 나를 보며 “그렇지?”하고 동의를 구했다.

물론 나는 그 말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 장모님도 미심쩍은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셨다.   

  

처음 처가에 가서 인사를 드렸을 때부터 내내 마른 체격의 사위가 갑자기 살이 쪄서 통통해서 나타났으니 낯설고 이상하셨던 것일까?

사실 살이 찌기 시작한 지는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아마 조금씩 살이 붙어서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갑자기 통통하다 못해 빵빵해진 내 얼굴을 보고 비로소 살이 찐 것이 보이셨던 것 같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점심식사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시고는 했다.

“딸, 너만 혼자 먹지 말고 사위도 좀 주면서 먹어. 사위는 빠짝 말랐는데 너만 잘 먹어서 살이 통통하게 찌고 말이야. 그러면 안 돼.”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에게 나는 언제나 깡마른 사위였다. 언제나 더 먹게, 살 좀 찌고 그래야지,라는 소리를 듣던 나였다. 그런데 슬금슬금 살이 찌더니 10킬로그램이 넘게 살이 쪄서 나타난 사위가 얼마나 낯설게 보이셨을까. 나도 내 자신이 낯설게 보이는데.     


나보다 먼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내와 그 뒤를 이어 여기저기 군살이 붙은 나를 바라보시던 장모님이 “운동은 하나?”라고 물어보신 그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     


어렸을 때부터 빠짝 말랐다. 그래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인 줄 알았다. 아내도 내가 말라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니 뭐...     


일부러 살이 찌기 위해 노력을 했던 적이 있던 내가 갑자기 불어난 체중을 빼기 위해 노력 중이라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살이 찐 계기는 아마도 불안과 우울 때문에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약을 먹으면서 예민해진 신경과 감각이 완화가 되고 잠이 쏟아지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만사가 귀찮은데 입맛은 늘었다. 살이 찌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2년 넘게, 2년 8개월 가까이 약을 먹다 보니 약의 부작용인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체중이 증가해서 10킬로그램이 넘게 살이 쪘다. 아마 나잇살도 보태져서 체중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존 옷도 잘 맞지 않아서 살을 빼긴 해야 하는데...     


“장모님, 부은 게 아니라 찐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어떻게든 살을 좀 빼도록 하겠습니다. 예전 날씬했던 사위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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