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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r 01. 2024

샴푸? 샴푸가 문제란 말이지?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저희는 그저 외식을 하는 것으로 결혼기념일을 보내고는 합니다. 결혼 초에는 서로 선물을 준비했다가 전달하는 등 나름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서로 안 주고 안 받기가 되었어요.      


선물을 주었다가 왜 이런 걸 샀냐, 내 취향을 아직도 모르냐, 내가 언제 이런 거 했던 적이 있었냐, 차라리 물어보고 사지 그랬냐, 아님 봉투에 현금을 넣어서 주면 내가 알아서 쓸 거 아니냐, 등등의 얘기를 들으면 서로 얼굴을 붉히기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다 핑계일 수 있겠네요. 그냥 귀찮아서 자연스레 서로 안 주고 안 받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결혼기념일이라고 딱히 뭐 특별하게 하루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결혼을 한지 올해로 몇 년이 된 거지? 와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때는 참 푸릇푸릇했었는데,라는 얘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음식 얘기로 이동을 합니다.

우리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 맛있는 거로 먹자. 양 많은 거 말고.      


아마 다른 부부들 중에서 제 얘기에 공감하는 분들도 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예 결혼기념일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부부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던 중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색다른 이벤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얼굴 마사지를 받기로 했거든요. 그동안 얼굴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 때문이었어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평상시에 지나다니면서 보아 두었던 집 근처에 있는 피부관리숍에서 얼굴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저는 얼굴 마사지를 받으면 뭔가 굉장히 달라질 거라 생각을 했나 봅니다.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을 해보지만 그래도...     


아내와 나란히 누워서 얼굴 마사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얼굴 마사지만 받고 아내는 얼굴 마사지에 추가요금을 내고 데콜테인가를 추가로 받기로 했습니다.      


얼굴을 닦아내고 뭔가를 붙이고 한참 만에 떼고 또 닦고 얼굴을 문지르고 다시 뭘 붙이고 다시 손가락으로 얼굴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등등.

프로의 냄새가 나는 손놀림에 저는 제 피부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피부가 탱탱해지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겨우 얼굴 마사지를 한번 받으면서 말이죠.     


얼굴에 팩을 붙여주면서 피부관리사가 말하기를 제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많이 나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야 제 이마에 난 것이 좁쌀 여드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제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많이 났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좁쌀 여드름이 생겨났는지는 모르나 제가 어, 뭐지?라고 했을 때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좁쌀 여드름이 제 이마를 점령하고 난 뒤였어요.  

    

피부관리사 분이 언제부터 이랬는지 묻더군요. 보통 좁쌀 여드름은 샴푸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비누나 초콜릿의 영향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다른 영향들도 있다고 하는데 일단 저보고 무슨 샴푸를 쓰는지 물어보고는 샴푸를 한번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했습니다.  

   

샴푸? 샴푸란 말이지?     


그러고 보니 제가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릿속이 근질거려서 자주 머리를 긁고는 했어요. 손가락으로 긁다 보면 머릿속에 뭔가 여드름 같은 것이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때로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잘 못 건드려서 아프기도 했었는데 그게 저랑 맞지 않는 샴푸를 써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모르는 일이니 일단 샴푸를 바꿔보아야겠다고 아내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어떤 샴푸가 괜찮은지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은 어떤 샴푸를 쓰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한 샴푸로 결정하고 바로 주문을 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샴푸를 바꾸니 머릿속이 간지러운 것은 덜했습니다. 좁쌀 여드름은 모르긴 몰라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효과가 어떤지 알 것 같아요.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피부관리숍은 그 이후에 아직 재방문을 하지는 않았어요.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가지 못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가자고 아내와 얘기가 되었습니다.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살았는데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좁쌀 여드름이 사라졌다는 제목으로 글을 쓸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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