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작가 JaJaKa Sep 25. 2024

삶의 표지판

평소에 항공 관련 유튜브를 보고는 하는데 얼마 전에 본 영상이 생각이 난다. 영상 속 그녀는 10년이 넘게 외항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홍콩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날 그분의 영상을 보다가 마지막에 자막으로 나오는 글을 보면서 마음이 뭔가 짠하면서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외항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홍콩이라는 타국에서 낯선 이방인의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며 겪어야 했을 외로움과 어려움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겨내고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의 그녀의 모습이 있기까지 그 여정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애잔하면서 아련하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인생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어 곧 결혼을 하고 남자의 고국인 호주에 가서 살 계획을 세우는 그녀를 보면서 어쩌면 인생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그러한 여정을 거쳐야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인생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어쩌면 두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홍콩에서 일할 수 있게 두 사람을 홍콩으로 이끄는 어떤 힘이 있지 않았나 싶다.      


미래의 남편이 될 사람이 본인의 이상형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고 그 남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눈빛이나 모습들이 많았다. 아무쪼록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만난 인생의 배우자와 아름다운 호주에서 예쁜 사랑을 많이 하시고 행복하시기를......     


2019년에 북유럽여행을 갔을 때 호텔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은 덴마크 여성과 결혼을 해서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얼마 전에 이혼을 하고 지금은 혼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도 어떻게 해서 그 머나먼 덴마크로 갔으며 그곳에서 정착을 하고 살 수 있었을까. 거기에다가 아들과 딸까지 낳고 말이다.      


학창 시절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는 그는 다른 많은 나라를 두고서 덴마크에 가서 살기까지 그를 그곳으로 인도하는 어떤 인연의 고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를 그곳으로 이끄는 삶의 표지판을 따라 그는 그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지 않았을까. 지금은 헤어져 살기는 하지만 사랑스런 자녀들도 얻었고 앞으로 그의 노년의 미래도 그곳에서 보낼 것이라고 하니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런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어떻게든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인도하는 어떤 표지판을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자신이 표지판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는 사람도 있겠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때로는 어떤 표지판이 나를 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어떤 일이 나의 관심사가 된다거나 어떤 인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어떤 곳으로 가게 된다거나 등의 일들을 나중에 돌이켜보면 어쩌면 나를 그곳으로 안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 앞에, 내 가까이에 나를 이끌기 위한 표지판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헤매다가 어느 순간 보게 된 표지판처럼.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왜 그동안 나의 관심 밖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인연이 무르익어서 드디어 보게 된 표지판을 따라 나는 그 삶의 표지판이 안내하는 그 길을 따라 인생의 새로운 항로로 나아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앞에 어떤 표지판이 있는지 너무나 바쁜 나머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인생을 살다가 떠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형태의 표지판을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버리기 일쑤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안내해 줄 삶의 표지판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가끔은 잠시 멈추어서 자기의 주위를 둘러볼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그동안 내가 놓치고 지나쳐버린 내 주위의 어딘가에 나를 안내하기 위해 있을 삶의 표지판을 찾기 위해서.       


        

20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