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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Dec 23. 2024

조카의 결혼식

주말에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예식장을 예약하기가 어려워 거의 1년 가까이를 기다려서 날을 잡았다고 했다. 예식장 예약하기가 어렵긴 어려웠는지 예식 시간이 점심때가 아닌 오후 6시였다.      


신부대기실에 앉아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조카의 모습을 보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그리고 이렇게 예뻤던가?

“ㅇㅇ아, 네가 이렇게 예뻤구나. 오늘 너무 예쁘다.”

내 말에 조카는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기분 좋은 얼굴로 대답을 했다.

“신부화장을 해서 그래요.”     


신부화장을 한 것도 있겠지만 오늘 너는 그 누구보다 예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단다. 네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날이 바로 오늘이니깐.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너이니까.      


어디로 신혼여행을 가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조카는 발리로 간다고 대답을 했다.

“발리? 우리도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요? 발리로 다녀오셨어요?”

신혼여행지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이번에 발리에 가면 어디에 가서 뭘 구경하고 어디에 가서 뭘 하기로 했다는 등의 얘기를 하면서 환하게 웃는 조카의 표정은 빗속을 뚫고 온 내 마음마저 환하게 바꾸어 놓았다.


혼주 대기석에 앉아 있는 누나와 매형을 보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칼,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는 긴장한 표정, 팽팽했던 얼굴이 세월 앞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속일 수 없는 나이 든 얼굴, 촉촉이 젖은 눈가.     


신랑이 입장하고 난 후 신부가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 주례 없이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서로에게 다짐을 하는 내용을 번갈아가며 낭독한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듯한 신부 아빠의 축사가 이어지고 축가가 끝나자 신랑과 신부가 행진을 하며 결혼식은 마무리가 되었다.

이어지는 사진촬영. 직계 가족의 사진촬영이 끝나고 친지들의 사진 촬영 때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나가 줄을 맞춰 서서 카메라를 바라본다.     


결혼식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얼굴을 잊어버리겠다는 말을 듣는다. 집안에 무슨 행사가 있어야만 만나게 된다는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가 그리 바쁘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지,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 사이 아이들은 더 컸고 이제는 다음 차례가 누구냐를 묻는다. 형제자매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너도 늙는구나, 를 말한다. 자주 연락하자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서로가 느끼며 손을 흔들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제 나의 역할은 끝이 났다. 다시 먼 길을 가야 하는 일만 남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길을 편의점에서 산 우산을 아내와 같이 쓰고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수원시청에서 인천 서구까지 돌아가는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릴지. 수인분당선을 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열차가 지연이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는 역내 방송이 나온다. 갈 길이 먼데 무슨 일로 지하철이 지연이 된다는 것인지.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역내 의자에 앉아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내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이 좋은 날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데. 거참, 마음대로 안 되네.          




202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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