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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니발 Dec 22. 2023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2021) 리뷰

치유인가 처방인가?

*스포일러주의






    기대를 안 하려고 했지만, 기대할 수밖에 없던 작품이기에 더 아쉬움이 컸다. 일단 스토리가 시작하게 된 원인부터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스트레인지도 과거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누구보다 아는 사람일 텐데 피터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토니 스타크가 엔드게임에서 다시 사람들을 되돌릴 때 블랙 위도우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녀는 타노스의 핑거스냅에 의해 희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토니가 사적인 감정에 빠졌다면 당연히 블랙위도우를 끼워 넣어 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피터는 사적인 인생문제를 되돌릴 부탁을 했고 스트레인지가 이를 들어주어 이 사단이 났다는 시작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치유와 두 번째 기회라는 주제가 제일 중요하다. 스트레인지처럼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단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메이 숙모의 신념을 위해 스파이더맨은 싸우게 된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노웨이홈의 악당들은 사고를 당하게 되어 악함이 육체를 지배하게 되어 사리분별을 못하는 이들이다.(샌드맨과 일렉트로는 좀 애매한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치유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스파이더맨의 입장이다. 이를 조금 넓게 생각했을 때 범죄자들의 처벌에 대한 두 입장이 생각났다.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적 시선과 교화를 강조하는 진보주의적 시선이 떠올랐는데 스파이더맨은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 같았다.


    스트레인지는 악당으로 변하게 된 것도 모두 운명이고 운명과 사람의 본성은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원래 자리도 되돌린 후 죽음으로써 응당한 처벌을 받고 책임을 다하게 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멀티버스에 이득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그저 죽음으로 단순히 치환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들의 교화 가능성을 믿고 두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둘의 입장은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없을 만큼 인류사에서도 논쟁적인 주제이다. 여기서 이 영화가 어떤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서 누가 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스파이더맨에서 묘사되는 악당들의 치유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단순하고 수동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스타크의 유산을 이용하여 손쉽게 치료제를 만들어 치료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단순해 보이고 이것이 치유인지 처방과 치료인지 헷갈리게 되었다. 이 치유를 하는 과정에서 현재 악당으로서의 정체성, 스스로 저지른 악행에 대한 반성과 바뀌려는 의지, 이를 일으키려는 설득 같은 요소가 배제된 채 그저 진료와 처방, 치료 끝. 이런 느낌이었다. 따라서 스파이더맨이 말하고자 하는 치료라는 것이 빌런 스스로가 치유받고자 하는 것이 아닌, 치료 ‘당하는’ 모습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마치 스파이더맨이 치료제를 하사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닥터 옥토퍼스 같은 경우는 전작의 결말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2에서는 옳은 일을 위해서는 평생의 꿈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스파이더맨의 말에 닥터 옥토퍼스는 수긍한다. 그때 칩이 부서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을 발휘하여 기계를 다시 조종하고 스스로 기계를 수장해 최후를 맞는다. 어쩌면 닥터는 전작에서 이미 치유를 했을지 모른다. 그저 칩을 고쳐 치료를 당한 것이 아닌, 주변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를 일으켜 본인이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해결하게 된 진정한 치유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엔딩이었기에 노웨이홈의 닥터의 행적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노먼 오스본도 스스로 치유를 원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과 분열된 내면이 싸운다는 점에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치료제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진짜 오스본을 끌어내고 스스로 치료제를 맞는(너무 진부한가…) 그런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렉트로는 사고 때문에 본성 자체가 악해진 건지 아니면 억눌린 본성이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어서 애매하다. 과연 자유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자유의지가 있는 상태에서 치유를 거부했다면 죽는 결말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이것도 진부한가…) 솔직히 리자드랑 샌드맨은 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리자드는 작중 행적이 너무 부실하고, 샌드맨은 딸 보려면 그냥 돌아가는 게 최선인데 상자를 뺏어서 버튼을 누르려하든지 아님 치료제를 달라고 하든지 좀 답답했다. 이 둘을 제외하고 세명에 집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삼스파의 등장은 너무나 뭉클했다.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을 너무 좋아하기에, 여태껏 나온 스파이더맨을 보았기에 오마쥬한 장면도 너무 많고 볼 때마다 예전 추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1대 2대 스파이더맨이 치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참 좋았다. 1대는 친구 아버지를 죽였다는 트라우마에서, 2대는 여자친구를 살리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서 조금은 벗어난듯하여 너무 마음이 뭉클했다. 윌렘 데포의 연기는 정말 신들린 듯했다. 오리지널에서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도 조금은 과할 때가 있었지만 정말 광기에 찬 그린 고블린 연기를 대단히 수행했다. 코스튬도 만화책을 기반으로 한 의상으로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역시 유머에 있어서 마블은 정말로 재밌었고, 톰의 스파이더맨이 정말 스파이더맨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제 성장했지만 더 많은 책임과 고통이 따라올 것이라는 엔딩이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스파이더맨의 중심 주제가 마블 유니버스에서도 완전히 안착하게 된 느낌이었다. 또한 무너진 캡틴의 방패 위에서 두 명의 스파이더맨과 고블린이 그들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은 이전 등장인물들에 대한 헌사와 함께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서 완전한 세대교체를 선언하는 모습 같아 고마우면서도 아쉽고 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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