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일 국방과 외교 인식에 관한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친일' 발언 이후 5일 째다. 그 사이 북한의 강대강 군사 대치와 말뿐인 대미 외교로 안보 위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은 실익을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부터 동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한반도에 다시 욱일기가 걸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를 "반일 감정을 자극해 '죽창가'를 선동한"다며 비판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저지하려는 훈련을 미국, 일본과 하지 중국, 러시아랑 하느냐."며 이 대표의 발언을 '반미투쟁의 전주곡'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친일˙친북 논쟁은 해법 없이 오히려 국가나 개인의 이익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그렇다.
앞서 북한이 공개한 군사 도발의 규모가 그 예다. 9월 2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저수지 속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이었다는 점, 북한이 처음으로 전투기 150대라는 대규모 훈련을 벌인 점이 그것이다.
국방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다. 수중에서 발사하는 SLBM 탐지의 어려움은 이해해도 전투기 훈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에 국방부는 "우리 군이 설정한 특별 감시선 이북에서 활동한 것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우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끈끈한 관계로 이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정작 다음 달 8일 미국에서 열리는 중간선거까지는 소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므로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나마 남은 협력 카드는 군사 분야인데, 역시 안 좋은 결과만 낳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의 강도가 세질수록 북한의 맞불 훈련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군사 대치로 전쟁 위협이 날로 커져만 가고 있지만, 여의도에서는 철 지난 이념 논쟁만 주고받는 상황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안보에 자주성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매달리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안보는 현실이다. 우리의 이익을 지키지 못하면 안전보장은 실패한다. 이익이 우선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고 뜻밖의 선택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동맹국 사우디가 OPEC의 원유 감산에 동의하며 미국의 뜻과 반대로 움직였다. 원유 가격이 올라야 사우디 경제가 버티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담대하고 무리한 결정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도 이익을 찾아 나서야 한다. 눈앞에서만 찾지 말아야 한다. 강대강 대치가 왜 계속되는지, 안보 위기를 동맹에서만 구해도 되는지. 상황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현명한 판단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