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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진씨 Oct 14. 2022

나는 밥도 안 먹는데, '쌀값' 걱정 왜?

식량이 안보다    

    식량도 안보다. 얼마 전 동네 빵집에 빵을 사러 가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상승하자 빵 값도 같이 오른 것이다. 심지어 빵보다 애정하는 라면 값도 같이 올랐다. 억장이 무너진다. 농업이 없다면, 빵과 라면이 없다면, 인간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인간의 근원을 성찰하게 만드는 이 식량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식량을 지키려면 농업 생산이 끊어지면 안 된다. 우리는 농업을 진심으로 잘 챙기고 있는가? 최근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밀'을 생산하지 않아서일까. 우리나라는 밀보다는 쌀을 많이 생산한다. 오랫동안 밥이 주식이었기 때문에 논농사를 지향해온 탓이다.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품종 개량에 발 벗고 나선 적도 있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개발한 '통일벼'가 대표적이다. 그만큼 한반도는 쌀에 진심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는 쌀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쌀밥을 먹는 날보다 국수나 빵을 먹는 날이 많다. 곡물 소비 성향이 변했다.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르면 농업도 변해야 한다. 쌀이 아닌 다른 곡물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했다(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시범 사업으로 율무, 콩 등을 재배한 농가는 돈을 벌었다. 쌀 생산량도 나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사업은 사라졌다. 다시 쌀이 넘쳐나고 있다. 그 사이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았지만 쌀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3분의 1 토막이 나고 말았다. 농민들은 뿔이 났다. 한창 추수가 진행되는 지금, 어떤 농가는 아예 추수를 하지 않고 있다. 농사를 지어야 할 의지가 없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울부짖지만 정부는 대답이 없다.


쌀 소비량을 걱정한 명수 옹도 결국 "어제 저녁에는 베트남 쌀국수"를 드셨다. (출처 무한도전)


'쌀값'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지난 12일 수요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한 가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민주당 단독처리라는 한계가 있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신정훈 의원 대표 발의).'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나름의 고안을 실었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역공매 입찰방식 폐지, 정부는 쌀 초과 생산량을 시장 가격에 매입,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정례화.


1. '역공매 입찰'은 낮은 가격부터 입찰하는 방식이다. 시장 가격보다 더 싼 가격에 내놔야 먼저 팔린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쌀을 팔아야 한다. 그래서 역공매 입찰방식 폐지는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항이다.


2. 반면 쌀을 매입하는 농협과 정부는 싸야 좋다. 쌀을 몇 백 톤씩 사들여야 하는 이들은 '어차피' 매입할 거 싸게 해야 그나마 손해를 덜 본다. 따라서 이 법안에서는 정부가 꼭 '시장 가격'에 구입할 의무를 부여한다.


3. 이 법안은 마지막 조항으로 앞서 소개한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시범이 아니라 정착시키기로 결정했다. 굳이 설명을 더 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며, 소비 시장에 맞게 변하도록 유도한다. 한 단어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했어야 마땅하지만,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움직여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인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우리는 밀이 없는가?" 등 농업이 변하도록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면을 뽑을 수 있는 분질형 쌀 품종은 이렇게 개발됐다. 농업을 유인한 대표적인 사례다. 나와는 거리가 먼 '쌀값'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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