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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진씨 Apr 25. 2023

어떤 어머니의 절규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의 이면

날이 따사로운 어느 봄날, 사무실 전화 벨소리가 적막을 깬다.


"네, OOO 사무실입니다."


안녕하세요, OO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학부모인데요.
저희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자예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한테 2차 가해를 받고 있어요.
고통에 시달리는 딸아이를 보니 부모로서 가슴이 아파 전화드려요.


학부모에게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말하며 그 딱한 사정을 들어본다.


1. A학생은 학교폭력 피해자다.
2. 학교는 A학생을 '피해자 보호 조치'로 7일 간 집에서 휴식을 결정한다.
3. A학생은 그 사이에 있는 수행평가를 걱정하여 해당 과목 B교사에게 평가를 보게 해달라고 말했다.
4. B교사는 "뭐 하러 수행평가 보냐?"라는 식으로 면박을 줬다고 한다.
5. A학생이 "그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따져 묻자 B교사는 되려 '교권 침해'를 말한다.
6. 학폭 지도 교사이기도 한 B교사는 결국 A학생을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한다.


정순신 검사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가 파장을 일으키자 A학생의 학부모도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 것일 게다.


학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학교가 피해 학생 보호를 해도 모자란 판국에 징계를 하겠다고 불러 내다니... 분명 관련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는 피해 학생이 보호 조치 기간 성적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해야 한다'가 맞지는 않을까? 물론 애초에 교사가 이 법을 인지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규정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 조치와 교차하는 조항이 없다. 즉, 교사의 요청이 있으면 마음대로 불러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학폭 피해학생을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도 없다.


이에 관해서는 "정신적으로 힘들면 마음대로 교권 침해해도 된다고?"라는 반론이 있겠다. 그 부분은 보호 조치 기간만 유예할 수 있는 단서를 달면 해결되지 않을까. 아예 불러내지 말자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회복할 시간을 주고 나중에 따져 묻자는 방식으로 절충할 수 있지 않을까?


상황이 어떻게 됐든, 필자는 의외로 주변에 학폭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도 가해 혹은 피해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한 끔찍한 경험이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80 줄에 접어든 어르신들도 학창 시절 폭력을 일삼고 다니던 친구 -사실 친구도 아니다- 와 쉽게 눈도 못 마주치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 그야말로 폭력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피해 학생을 도울 수 있을까?

전화를 받은 지 며칠이 됐는데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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