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립다.
언젠가 애들이 아주 어릴때, 귀농해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던 겨울 어느날 부산에서 눈을 보게 되었다. 한 3센치정도 왔을려나..간혹 바람이 불어 애들이 다니던 동네 초등학교 교정 나뭇가 주위엔 제법 눈이 쌓였었다.
부산에서 눈의 위력이란 대단했다. 일단 애들 선생님들이 등교하실수 없으시덴다...교통이 마비되고 도심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던 그날의 기억은 참 뭐랄까 이런 눈으로도 도시가 옴짝달싹 못한다니...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몇 년 아니 진짜 가끔 오는 눈으로 그럴수도 있거니와 그렇게 잠깐 비췄던 눈도 오후가 되어 해가 쨍하면서 물로 바뀌어 아쉬움속에 눈녹듯사라지는 부산날씨란...
그렇게 애들이 커가면서 부산에서는 더 이상 눈보기는 더 어려워졌다.
물론 가끔 미친듯 내린적이 한 두어번인가 있었지만 그것도 타지역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거다.
그렇게 부산에 살게된지 어언 20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나도 눈이 그립기도 하고 무서워지고 빙판길 운전에 대한 걱정이 많아져서 혹한 눈바람엔 출장도 꺼려지게 되는 반부산사람이 되어가던 어느날 오랜만에 혹한에 폭설인 서울쪽으로 출장을 나와 점심을 먹고 한가로이 눈밭을 거니는 마음이란...
참 요상한 기분이 든다.
그래 이게 눈이지...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개울가옆 산책를 걷다가 추억에 잠긴다.
함박눈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웠던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눈싸움은 가끔 눈속에 돌맹이를 넣어서 던졌던, 짓굳음이라 하기에도 도를 넘은 애들의 눈싸움에 나중엔 집집마다 내어 놓았던 연탄까지 집어던지며 난장판을 만들었었던 그 옛날 눈싸움과 눈장난에 결국 눈보단 연탄찌꺼기를 뒤집어 쓰곤 집으로 향했던 추억...
지금에야 하얗게 오리를 만들어 주는 장난감도 판다지만 왜 부산에 있는 문구점에도 그 장난감을 매대에 내어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악성재고가 될게 분명하다.
같은 남쪽이라도 전라도쪽은 상대적으로 눈이 많이 오지만 지도상 동남쪽 끝인 부산에서 눈보기란 진짜 몇년만에 돌아올지 모르는 특별이벤트인셈이다.
올해는 유독 춥고 눈도 많고 겨울이 겨울답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 겨울이 한창인 올해 부산 문구점의 오리만들기 장난감이 악성재고가 되지 않도록 눈이 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오랜만에 눈밭에서의 산책으로 대책없는 부산의 눈오기를 바라지만...애들? 데리고 눈썰매장이라도 가봐야 할 듯하다..
갑자기 눈이 그립다.
다 큰 애들과의 눈싸움 추억이 생기는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