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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Dec 18. 2022

북풍 한파

개나리 피는 봄이 오길...

지독히도 추웠던 어린 시절의 겨울은 이제 진짜 추억속의 한 페이지네요.

겨울마다 손등은 갈라지고 볼태기가 터서 까칠해지고 붉게 얼어터지는 거 같아도 동네 뒷산을 뛰어다니며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 옷소매가 맨질해진 꿰재재하고 허접했던 돕빠로 기억되는 그 옛날을 대비해 보자면 시절이 많이도 바뀌고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될 정도의 따스한 외투와 실내의 따스함에 잠깐 자전거를 타고 귀가 시려울 정도의 시간마저도 참기 힘든 50대의 아저씨입니다.


몽골의 어느 시골은 여름엔 영상 40도 겨울엔 영하 50도까지 내려간다하니 비할바는 아니라지만 한반도의 지형도 혹한과 혹서가 참 만만하지 않은 혹독한 환경이었음에는 분명한 참 살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살았을 선조들이었습니다. 거기에 불과 30-40년전만 해도 옷가지며 가옥의 환경이 시골촌구석에서는 참 힘든 북풍 한파속 겨울이었겠지요.


결핍과 혹독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자연환경일 겁니다. 우선 살고봐야하니 혹독한 환경을 이겨 내려 별의별 수를 다 써봐도 결국엔 무리와 함께, 가족과 함께여야 했던 것이겠지요.

그런 세월이 지나 지금은 개인으로도 충분히 지낼만 한 아니 차라리 혼자로서의 개인이 편한 인간관계에서의 피곤함을 호소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갑자기 추위가 맹렬히 기세를 더하는 주말이 되니 춥고 궁핍했었던 그 시절의 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워 지는 것은 왜일까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시간이 올걸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당장의 시린 코끝과 찌릿하게 차가워진 손끝을 비비며 포장마차의 구수한 어묵내음에 발길을 멈추고 잠시 추위를 녹이는 시간엔 그저 빨리 추위가 물러가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렇게 이 시간들, 북풍 한설같은 날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뿐입니다.

봄이 그립네요.

지나간 봄날도 그립습니다.


날이 풀리면 봉하마을에라도 한번 다녀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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