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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smart rabbit Jul 29. 2024

한 번에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나의 성향: 고몰입자]

나는 몰입에 강한 반면 전환이 어렵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은 모두 잊을 만큼 무아지경에 빠진다. 알바를 할 때도 집중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못 듣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면 능률이 좋지만, 동시에 여러 개를 하는 멀티태스킹이 나에겐 적합하지 않다. 굳이 동시에 큰 두가지 일을 진행하는 게 아니여도 큰 걸림돌이 된다. 나는 이런 성향 탓에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매우 약하다. 머리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 된 상황이 아니면 위기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예를들어 청소에 집중하고 있다가 손님이 질문을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간단한 질문조차 잘 대답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 노동이나 육체적인 작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나의 정신적인 슬롯도 1~2개 정도 밖에 안 된다. 나는 항상 무언가에 몰두해 있고, 머릿속이 생각들로 복잡하다. 그래서 동시에 생각할 게 너무 많아지면 괴롭다. 생각해야 할 거리가 여러 개 있으면 어느 한 가지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우왕자왕한다. 문제는 나의 삶에서 생각해야 할 거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는 남들보다 훨씬 예민하고, 사색적이며, 더 많은 문제를 느끼면서 살아간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의 모든 작업이 올스탑된다.


그간 나의 가장 귀중한 깨달음은 내가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나는 나의 특징이 갖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가지 방안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우선 순위 설정”이다.


[MPM]

나는 Multi Project Management (MPM)이라는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요지는 단순하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이론이다. 나와 같은 상황에서 불확실함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 가지 프로젝트에 올인 하는 것보다 여러가지를 실행하고 실험하면서 최적화 하는 방법이다. 나는 MPM을 위해 성공 사례를 찾아보거나, 직접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내가 여러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나아가 성향 자체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가지에 몰입해야 하고, 미해결 과제가 있으면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기존 MPM 방법론에선 그런 성향은 독이 되었다. 나는 MPM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고, 이론을 폐지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문제가 있다고 포기하기 보단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기존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설을 생각했다.


[계단식 접근법]

기존 MPM에선 모든 프로젝트를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당연히 프로젝트 초기엔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 그러다 보니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시작하면 하루 일정을 초과하거나, 계속 지연되거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문제가 발생했다. 즉, 동시에 시작하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알다시피 뇌는 여러가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뇌의 방식을 따른다.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우선순위 별로 나열해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다만, 그 속도가 매우 빨라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 과정을 느리게 보면 해답이 나온다.


MPM에서 핵심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시작’하는 게 아니다. 내가 우왕자왕했던 것은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능력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주어진 상황에 익숙해져 우선순위가 빠르게 설정된다면 눈 앞에 있는 것들을 차례로 해결해나가면 된다.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부분을 MPM에 접목시키면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나온다.


바로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른 것을 시작하는 방식인 “계단식 접근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순위를 통해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낭비되는 전환 비용이 줄어든다.

     순차적으로 시작하면 오버로드를 방지하고 업무를 분배해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하다.

     선행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배운점과 시행착오를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다.

     하나에 프로젝트에 몰입하면서 계란을 한 바구니 담지 않을 수 있다.

     프로젝트를 디벨롭하고 최적화 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3번 : 프로젝트 초기엔 처리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동시에 시작하면 초기에는 업무가 과중한데, 그것들을 해결하고 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기경영도 그렇고, 팀 활동에서도 그렇고 업무 할당이 고르지 않은 건 좋지 않다.

*4번 : 변경사항 적용 문제는 큰 골치거리였다. 만약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때 1번 프로젝트 중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러면 1번을 수정하면서 동시에 2번도 수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큰 전환비용과 낭비가 발생한다.

*5번 : MPM의 목적은 리스크 감소와 채널의 다양화이다. 계단식 접근법이 성공한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6번 : 쉽게 간과되지만 핵심적인 부분이다. 현대사회는 의도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제한한다. 매일 매일 뭔가를 해야 한다면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다. 직장을 다니면 자신에 인생을 돌아보고 발전시킬 여유를 갖기 어렵다. 생각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전환 비용이 필요하다. 10분 20분 짬짬히 생각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계단식 접근법은 컨텐츠 여유분을 미리 쌓아 놓는 등 의도적으로 여유 공간을 확보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이때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바로 점진적 발전에 대해서이다. 벤치 마킹하고, 자료를 조사 및 수집 하며,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라. 그리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본질을 유지한 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유의사항]

현재 나는 계단식 접근 방법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가설일 뿐이니 여러 문제점이 있다.  


     언제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는가?     언제 준비가 되었고, 언제 시작해야 하는 지 애매하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모호한 타이밍에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선행 프로젝트에 너무 과몰입 하는 현상     지금 하는 거에 너무 몰입해 다음 걸 준비하는 과정이 계속 딜레이된다.

     다음 프로젝트에 정신 팔려 현행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못함     반대로 아이디어는 계속 떠오르니 현행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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