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으로 보는 세상
영미권에서는 심심치 않게 쓰이지만 나를 비롯해 책으로 영어를 공부한 이들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는 영어 단어가 있다.
바로 'Microagression'이다.
과거 통역 중 처음으로 이 단어를 접했을 때, 나는 '돌려 까기' 같은 느낌으로 "은근히 뼈 때린다는 소린가?" 하고 받아들였다. 직역하면 '미세한 공격'정도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가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을 것 같고 Microagression을 한국어로 미세한 공격이라고 직역한다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어 '미세한 공격'을 영어로 'Microagression'이라고 번역해도 될까?
'No'! 대부분의 경우 안 된다.
왜냐하면 Microagression은 '소수 혹은 주류가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한 미세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가령 백인이 아시아인에게 "오 영어 잘하시네요"라고 하는 게 하나의 예시라고 한다. "그게 왜?"라는 생각도 들만큼 미세해서 미세하다고 하나보다.
이제 이쯤에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사전에서 Microagression은 '주류 밖의' 집단의 일원을 대상으로 한 선입견에 근거한 행동으로 정의된다."
원래는 백인이 흑인을 대상으로 한 미세 공격을 일컫는 단어로 1970년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가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 이후 흑인 외 다른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2010년대에 와서야 사전에 편입된 단어이다.
이런 맥락이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어그레션은 소속 집단과 관련 없이 일어나는 일상의 모든 '미세 공격'을 칭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간혹 아래 기사처럼 마이크로어그레션을 '먼지 차별'이라고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지 말자..
국내에서 가끔 보이는 개념인 '먼지 차별'의 경우 마이크로어그레션과 달리 대상 집단의 성격을 소수, 비주류(marginalized)등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먼지 차별의 경우 나이, 성별까지도 집단으로 구분될 수 있고 차별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아닌 타인을 보이지 않게 차별한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이지 마이크로어그레션과 정의 자체가 다르다.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언제부턴가 소수가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된 것 같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소수가 겪는 micro한 부분에 대해 더 귀 기울이려 할수록 더 자주 접하게 될 개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