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통번역사 관점에서
나는 천성적으로 학구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무언가 새롭게 배우는 데 있어 열려 있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게 좋고 공부하는 것보다.. 당연히 노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에 대한 지적 흥미를 거의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유지 하고 있다. 비결은.. 엄밀히 따지면 좋은 선생님들이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학원이다.
이유는 학원이 근본적으로 적절한 동기부여 환경을 조성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기름을 부어주었기 때문이다. 한 푼도 안 쓰고 철저히 스스로 동기 부여 환경을 구축해 잘하는 케이스도 보긴 했지만, 이 경우 대체로 어딘가 이상한 사람(나사가 약간 풀..)들이거나 언어가 발달하기 좋은 시기에 해외 경험을 한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공유할 학원 선택의 팁은 어느 정도 대세를 따르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한 팁이다.
첫 번째 조건: 영어 전반에 대한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곳이 좋다.
S사의 IT 관련 프로젝트에 번역사로 참여하던 중 한 부장님이 "대리이던 시절 업무 역량 강화에 집중해 언제든 통역사를 쓸 수 있는 위치에 오르면 된다는 말을 듣고 깊이 공감해 일찍이 영어를 놓았다"라고 하시며 후회된다는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영어라는 관문을 지나면 삶에서 영어가 끝날 것이라 여기지만 20대에는 졸업, 취업 등을 앞두고 또다시 영어 관문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직장에 들어가면 사내 영어 시험이 승진 여부를 가르기도 하고, 때로는 조직 개편 등으로 인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실전 영어가 필요한 환경에 처하고 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 그때는 매일 쓰던 메일 쓰는 것조차 막막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업무 환경에서 기본적으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역량을 갖추는 게 학원을 다니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때 당장의 관문을 넘는데 초점을 두고 X개월 동안 X점을 맞자는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앞 서 말한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길과 배치될 수 있다.
수능영어든 토익이든 공무원 영어든 각 매체가 평가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영어 실력이며 각각이 가르치려는 영어가 크게 다르지도 않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수능 영어 입시 학원 선생님은 좀 특이했다. 한두 시간 하는 수업에서 지문 한 두 개를 다뤘다. 거의 해부하는 수준으로 문단의 구성 요소를 해체하는 게 주요 수업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한 3년하니까 결국 문법이 자연스레 따라왔고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 구조적인 영어 글쓰기가 가능해져 있었다. 시험'만' 100점이 될지 시험'도' 100점이 될지는 접근법에 달려 있다. (100점이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의 목적은 시험이 아닌 활용이다. 그래서 리딩을 공부하는 중에도 어떻게 쓰고 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을 택해야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