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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Jul 17. 2024

Lazy bear HK 미생(未生) 11화, 명함

난조쌤의 하키토브







Lazy bear HK 미생(未生) 

11화, 명함





사회생활 모드 On



창밖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깥공기와 다르게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따스함이 베어진다.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다가온 온기 덕분일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팽팽하게 나를 짓누르는 긴장감은 서서히 작별을 고한다.  작게나마 여유의 가동 범위가 생기는듯하다. 출근 시간보다 적어도 40분 정도 일찍 왔다. 마음의 시간은 급하게 돌아간다. 여유의 가동 범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안식을 제공한 안락한 택시 뒷좌석의 차가움이 느껴진다. 더욱더 긴장한다.  더는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쉰다. 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입사 후 팀장님과 동행하여 컴퓨터를 받으러 와본 이후 처음이다. 본사로 출장을 홀로 가는 길은, 그래, 조금은 스스로 기특하다. 불안한 마음을 내리는 눈에 녹인다. 그렇게 운신의 폭을 조금씩 넓히려 한다. 회사 정문에 도착한다.  택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짧은 평온을 뒤로한다. 



'탁'



차가운 공기로 멀리 퍼져나가지 못한 택시 문의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다. 그 소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작음이다. 그렇게 사회생활 모드를 가동한다. 누가 나를 본다면,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험은 부족하고 요령도 없는, 나사 하나가 완전하게 조여지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다.  여유의 가동 범위가 다시 작아진다.  피부와 맞닿는 사회의 차가운 공기로 얼굴을 살짝 굳힌다. 회사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본사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내게는 전원적인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철로 만들어진 벽으로 구성된, 사방을 굳건하게 지키는 성채이다.  초록 유리 큐브처럼 생긴 본사 건물은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강력한 안광처럼 반사한다. 뚫어지게 나를 주시한다. 눈이 부시다. 경직된 얼굴은 더욱더 일그러진다. 본사 건물은 내게 속삭인다.  



'이곳은 너의 시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웅장하고 건재하지 않느냐?'





본사 건물의 크기에서 뿜어 나오는 위용에 완벽하게 압도당했다. 한 달여의 짧은 사회생활의 예행연습으로는 미숙한 사회인을 벗어나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쪽 팔에 들린 짐가방의 무게는 나를 절뚝거리게 만든다. 굳건해 보이는 성채로 부자연스럽게 걸어간다. 인턴 6개월 이후 평가를 통해서 정직원이 되는 조건부 사회인이다. 조건부라는 압박은 걸음을 부자연스럽게 만든 가방의 무게를 이겨내 두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 호흡의 끝은 긍정적일 거라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10미터를 걸었을까? 경비실이 보인다. 경비실은 본사의 위용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하지만, 이 작은 직육면체는 본사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경비실의 통유리는 빈틈없이 외부 출입을 경계하는, 뛰어난 공간 감지 능력과 훌륭한 시각능력을 자랑하는 사마귀의 눈처럼 느껴진다. 이 작은 직육면체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낯설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나를 잠식한다. 친절하고 사람이 좋은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 경비실 직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낯선 경계심에 당신을 해하지 않는다는 흰 깃발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입사원 연수받기 위해서 

영업 사무실에서 내려왔습니다."



경비실 직원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신입사원 연수가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사마귀 눈으로 바라보는 의심스러운 눈빛은 더욱 급격하게 요동친다. 그 흐름을 잠재울 방법은 없을까? 지갑 안 고이 모셔놓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명함이 생각났다. 이 회사 직원이란 것을 증명할 절대적 종이. 하얀 명함 안에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양식으로 제작된 상호와 직책 그리고 뚜렷하게 적힌 내 이름.  다행이다. 어디에도 조건부 직원이란 사실은 없다. 사회생활 처음으로 받아본 명함을 본사로 들어가기 위한 출입증으로 처음 쓴다. 명함을  받아서 확인한다. 의심의 눈빛으로 그득한 직원은 옅은 미소를 띤다. 경계를 해제했다.  



"아~, 영업 사무소에서 오셨구나 

추운데 아침 일찍 오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드디어 신입사원 연수를 위한 첫 발자국을 회사 안에 내딛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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