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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두람이 Feb 16. 2023

새 그림

형제들이 많이 모였다, 흙벽으로 만들어진 우리 집에.  무를 썰어 넣고 고깃국을 끓여서 늦은 아침을 먹였다.


어쩌다 보니 금세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또 가족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떡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리 솥을 씻어놓기 위해 솥 안을 들여다보는데 솥 안에 아직  고깃국이 남아 있었다. 그 고깃국을 한 국자 떠서 조금씩 먹었다. 입안에서 씹히는 고기가 달큼하고 맛있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작은 아이를 안고 잠시 마루에 앉았다가 옆집으로 마실을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반가운 두 분이 전을 부치고 있었다. 한 분은 문단의 대선배이고 한 분은  문단의 후배였다. 선배님은 삼색전을 부치고 계셨는데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당신 솜씨를 맛보라고 했다. 선배님은 꿈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한 분이었다. 미인인 후배는 새를 닮은 전을 부치는 중이었다. 나는 후배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하며  여러 번 칭찬했다. 후배는 나의 손을 바라보더니 사진 찍는 것 좋아하지 않느냐고 어서 사진을 찍으라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주머니를 뒤지고 바닥을 살피며 핸드폰을 찾았지만 핸드폰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찾으러 집으로 달려갔다.


우리 집 거실에서는 대학생 큰아이가 만두를 고 있었다. 거실바닥 쟁반에 수북이, 하얀 목련처럼 빚어놓은 만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세상에나! 시킨 것도 아닌데 저 작은 손으로 어떻게  많은 만두를 빚어냈을까?"


언제 나를 따라왔을까. 미인 후배가 큰아이 오른쪽 옆에 탁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작은 종이 한 장을 상 위에 쫙 펼치더니 새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전을 부칠 때 새와 지금 색연필로 그려준 새가 비슷했지만 그래도 아까 선배님 집에서 전을 부쳤을 때, 그 새가 더 다고 후배에게 말해주었다.


어제는 친정어머니 두 번째 기일이었다.

ㅡ20230216

옆동네를 지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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