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허리가 부실한 사람에게 분갈이를 하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큰 화분을 승용차에 싣고 화원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분갈이를차일피일 미루다뱅갈고무나무를 차에 싣고 단골화원을 찾았다. 그동안 수액으로 된 영양제를 가끔 꽂아주기도 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이왕이면 도자기로 된 예쁜 화분을 고르고 싶었으나 승용차로 옮길 것을 고려해서 가볍고 심플한 플라스틱 화분을 선택했다. 요즘 플라스틱 화분도 디자인이 꽤 괜찮다. 모양이 도자기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졌다. 중형 플라스틱 화분은 26000원 분갈이 비용은 7000원이었다.
분갈이를 마친 뱅갈고무나무를 바라보니 마음이 흡족했다. 약간 화분인 큰 것 같았으나 그것도 좋았다. 나는몇 년 동안 옆구리가 터진 너의 옷 때문에 여간 마음이 쓰인 게 아니었다. 그동안 뱅갈고무나무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교차하면서 내 마음이 울컥했다.
화원에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계산대 직원의 무뚝뚝한 목소리와 표정이 불만이었다.(대형 화원인데 왜 저런 불친절한 분을 근무하게 하는 것일까. 화원을 찾는 분들은 어떤 분일까?라는 것도 세심히 배려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었다. 그때 그 불친절한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 화원도 변화되고 있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는 말"은 남편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또 언제 우리가 함께 여기에 올지 모른다"라는 말은 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화원을 두 바퀴 돌아도 싱글벙글 다가온 아이, 두 번이나 나에게 눈길을 준 아이는 보라색꽃이었다. 이름표를 보니 '캄파눌라'라고 적혀있다. 가격은 10000원,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 아이. 그렇다면 내가 나의커피값을 아껴서 이 꽃을 데려가자. 열흘간 아팠던 누구의 두 눈도 환해질 것이리니.
귀갓길에 본 매화가 만개해서눈이 부시다.뱅갈고무나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어린 신부가 입은 아름다운 드레스의 빛깔이다. 이제 곧 여기저기서도 우리가 좋아한나무들의 종소리가 푸릇푸릇 울리겠다.
우리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돈의 여유만 있다면 몸만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