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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Jun 08. 2022

마당꾸미기 시작은 나무쇼핑

아직도 다 사지 못 했다

(안내) 언급되는 모든 제품 및 가게는 내돈내산내손가락검색으로 협찬을 비롯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정보공유 차원에서 적습니다.


그렇게 집을 지었다.


무자비한 압축률이지만 건축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어 생략한다. 집 지을 택지를 보러다닐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따로 다루기로 한다.

 

집을 다 지었을 즈음은 한겨울에 접어든 때였다.

허허벌판 마당을 두고 준공용 조경만 하고 봄에 다시 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두번 작업하느니 나무의 생명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몇몇 나무의 나뭇가지는 죽어 다음해 봄에 베어내야했지만 다들 잘 버텨주었다. 지난 겨울이 워낙 추웠는데도 다시 새순을 밀어올리는 모습들이 이쁘고 대견했다.


천둥벌거숭이 마당이 생겼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 내가 원하는 마당은 철따라 꽃이 피고 감나무, 무화과, 석류 나무 등등이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곳인데 이렇게 백지상태인 흙바닥 화단이라니 난감했다. oooo만원을 들여 조경을 하면서 꼭 심고싶은 나무부터 심고 잔디를 깔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무를 더 사서 심어야겠다!


나무시장으로 가자


봄이 되면 각 지역마다 나무시장이 열린다.

처음 추천받은 곳은 용인 남사시장, 전의나무시장 등이었다. 검색을 하다가 전국 묘목 유통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는 옥천 나무시장에 가보기로 한다. 이런 신세계가! 2,3,4월에 각각 가봤는데 2월에 가장 나무가 많다. 봄이 지나갈수록 나무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가본 초보는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으니 2월엔 어떤 것들이 있나 구경만 하고 다음에 와서 사야지 했는데 다음에 가니 나무가 별로 없었다. 그렇게 1년을 기다리게 된다….


그때만해도 망연자실 했었지만 1년 동안 계절마다 구경을 갔더니 그때마다 수종이 달라져 보는 재미가 있다.사실 지금도 갖고 싶은 나무가 있는데 품절이다. 이런 조바심이 충동구매하게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원하는 나무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야한다.

*소비조장 아닙니다

 

3월부터는 각 지역 산림조합과 지차체별로 식목일 행사*를 하기도 한다. 행사에 따라 묘목을 나눠주는 곳도 있으니 찾아보면 꽤 쏠쏠하다. 옥천에 가면 여러 농원들이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농원은 대림묘목농원이다. 큰 규모에 다양한 신품종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외에도 여러 농원들이 있으니 둘러보길 권한다.

*3~4월 산림청 홈페이지 '내나무갖기캠페인' 또는 각 시군청 홈페이지 참조


처음 나무시장에 가면 눈 돌아간다. 카트를 끌고 다니며 원하는 것을 골라담으면 결제할 때 마치 코스트코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왜 기십만원일까. 코스트코도 갈 때마다 느끼지만 나무시장도 갈때마다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프라인 구경을 했다면 온라인 쇼핑도 있다. 유명 농원들은 스마트스토어*를 대부분 열고 있으므로 수형을 꼭 골라서 사지 않아도 된다면 온라인을 이용해도 좋다. 주로 구근, 화초류를 샀다.

사실 첫 나무 구매는 어쩌다보니 온라인이었는데 준공조경을 하면서 갑자기 부족한 나무를 1월에 그것도 영하 -10도에 팔아달라고 전화를 돌렸다. 땅이 얼어 작업이 어렵다는 곳도 있었고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 받아 심은 나무는 지금도 잘 살아있다.

*에버그린농원, 충북농원, 한밭농원 등 옥천을 자주 다니면서 눈에 익어 찾아본 곳들이니 이 외에 다른 지역 농원의 스마트스토어도 많다.


너의 정체는?


마당이 생기고 나서 맞은 첫 봄에 좋아했던 나무를 사들이면서 간과했던 것이 있는데 바로 품종이었다. 능소화를 예로 들어보자.

원래 갖고 싶었던 능소화

원했던 것은 코랄색에 가까운 옛 한옥담장에 늘어진 능소화였다. 나무시장에서 능소화라고 살 때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기에 같은 것인줄 알고 샀는데 왠걸 꽃이 피고 보니 영 다른 것이다. 굳이 품종을 나누자면 원했던 것은 중국능소화, 산 것은 미국능소화 또는 나팔능소화로 추정(?)된다.

초보는 실수했다. 사실 미국인지 나팔인지는 지금도 헷갈린다. 하지만 이미 키우고 있는 녀석을 죽일 수도 없는 노릇, 그냥 두기로 한다.


품종의 세계는 이리도 다양한 것인가.

물어보기 전에 상세한 안내가 없을 수 있으니 원하는 품종이 명확하다면 사전에 확실히 찾아보고 구매해야 한다. 스마트스토어에서 질의응답 코너를 보면 관련 팁을 얻을 수 있다. 예로 OO나무는 수피가 멋진데 이 묘목도 그렇게 수피가 변하나요? 답변을 보면 그런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국립수목원 홈페이지 https://kna.forest.go.kr/ 연구간행물 코너에 관련 자료가 많다.


장미도 마찬가지다. 스마트스토어에서 보고 이쁜 것을 산다고 샀는데 장미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농원들이 따로 있었다. 로즈팜, 국제화훼종묘가 대표적이다. 이미 많이 산 탓에 구경만 하고 더 들이지 않기로 한다. 유명한 품종은 오픈 즉시 품절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입고 소식에 항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택배를 하지 않는 종류도 있으니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것도 있다.

튤립 구근*도 인기있는 색상은 금방 품절되니 이거다 싶으면 바로 구매해야한다. 뽐뿌질같이 느껴지지만 망설이다가는 그 해에 구할 수 없다.

*춘식/추식구근 : 봄에 심어야하는 구근과 가을에 심어야 하는 구근이 있다. 튤립은 대표적 추식, 글라디올러스는 춘식이다.


인기있는 나무들은 지역 나무시장에서 왠만큼 구할 수 있다. 무난한 과실수들도 구할 수 있다. 다만 인기없다기 보다는 취향을 타는 나무들은 손품발품을 팔아야 한다. 많이들 구매하는 수종 외에 좀더 특별히 원하는게 있다면 검색을 돌려야 한다. 나는 붉은 토종 모란을 찾았는데 개량된 온갖 모란들은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토종은 찾기 힘들었다. 토종이라 하더라도 색을 장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땐 전국 각지의 농원에서 갖고 있는 것들이 다르니, 야생화 전문 농원 등 몇군데를 찍어놓고 구경하다가 사는 것이다.


그렇게 첫번째 봄은 어리버리 지나갔다. 추식구근인 튤립을 욕심내서 샀다가 꽃을 보지도 못했고 아스파라거스를 샀지만 몇번 뽑아먹지도 못하고 쭉쭉 길렀으며 야생화 씨앗 모둠을 샀다가 중구난방의 꽃밭이 되는 등등 어찌 첫걸음에 만족할 수 있을까.


경매의 세계도 있다.

오히려 외국 신품종이거나 소셜네트워크에서 핫한 식물들,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나무들은 나무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가끔가다 심폴 같은 사이트에서 경매로도 올라온다.

 이 나무가 내 나무다 싶으면 경매 가는거다. 경매란 것이 원래 생각해뒀던 금액 상한선까지 가면 멈춰야 하는데 잘 안된다. 내 나무다 싶으면 그냥 지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행성 조장 아님)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기 때문에….


나무쇼핑은 중독과 같아서


땅은 제한되어 있고 사고 싶은 나무들은 많다. 이미 실내는 화분 총량제에 걸려있다. 새로운 식물을 들이고 싶으면 하나를 내쳐야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이젠 노지월동 되는 식물만 산다. 마당도 땅은 한정되어 있으니 정말 심고싶은 나무만 심어야 하는데 사다보면 계속 욕심이 난다. 다들 아직 어린 나무라 그런지 마당이 휑한것 같기도 해서 더 그런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리고 나무를 살 때 만원, 이만원만 더 추가하면 더 두꺼운 녀석을 데려올 수 있는데!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 함정에 빠지면 코스트코 결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멋드러진 수형의 나무는 천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겠지만 집을 짓느라 탈탈 털린 나의 지갑사정에 꼬챙이 같은 나무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뿐이다.


노지월동 되나요!


나무든 화초든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월동이 되느냐였다. 나무시장에서 살때 노지월동 팻말이 달린 것을 보거나 정보가 없다면 판매자에게 물어본다. 이와 관련하여 내한성 지도*라는 것도 있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다. 남부 수종인데 정말 키우고 싶은 경우 정원선배님들의 후기 등을 참고해서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후기는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많이 공유된다.

*미국 농무부에서 USDA내한성 지도를 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바 있다. 신규 도입되는 식물 중 지역 값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 국내 적용 여부를 유추해 볼수 있다.

※ 출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www.nihhs.go.kr), 식물 내한성지도

**조경수커뮤니티,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로자리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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