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젊은 여교사가 오니 첫날은 좋아했던 준현이는 이틀째부터 거슬리는 행동을 하기에 훈육했더니, 나에게 돌아섰다.
사실은 그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했던 신규는 보통의 일반아인 줄 알고 똑같이 규칙대로 대했는데 그게 싫었나 보다.
수업시간에 책으로 입을 가리고 욕을 하기도 하고"얘들아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하는 나의 질문에"00년이요." 하는 적나라한 욕을 하기도 했다.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한 나는 나이는 많았지만 신규교사였다.
작년담임도 다른 학년에 계셨는데 그 아이에 대해 미리 언지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규칙준수가 너무나 중요한 내게 그 아이는 사사건건 거슬릴 수 밖에 없었고
옆반 5개월 선배의 카리스마 있는 학급경영을 따라 한다고 했다가준현이는 남자아이들에게 내 욕을 하며 자기편으로 만들고 있었다. 방과 후 매일 문자로 내 욕을 심하게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쯤부터 남자아이들도 내게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물론 몇몇의 아이들은 그래도 선생님을 좋아하고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전반적인 남자아이들의 분위기를 준현이가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1학기는 교실붕괴 직전의 모습이었다. 선생님에게 대드는 아이들도 있었고 나도 미숙한 신규라 융통성 있게 학급경영을 하지 못했다.
지금 그 아이들을 만나면 다르게 했을 텐데..
열의만 넘치는 병아리 교사는 붕괴직전의 교실 속에 매일 울며 출근하며 꿈을 이룬 그 해 지옥 같은 날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서장애아이, 창섭이는 또 일당백이었다.
아빠가 아기 창섭이를 던져서 정서장애를 갖게된 아이.
첫날부터 1학년 입학식에 사탕목걸이를 걸어주러 간 6학년 창섭이는 강당에서
생난리를 부렸다. 그 후에도 매일 더러운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불쾌함을 주었고
아이들은 그런 창섭이를 오염인자라 불렀다.
두 아이로 인해 수업은 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늘 화가 가득한 선생님이었다.
첫 아이들이라 얼마나 애정이 많았겠는가?
스승의 날에는 미리 선물을 받지 않겠노라고 알리고당일은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선생님에게 스승의 날은 너희를 더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하는 날이란다" 하며 축복의 말들을 건넸다.
이 날 자기 자리로 들어가 눈물을 흘리던 남자아이도 있었다.
결혼 전이니 시간이 많아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데이트도 하고,사비를 털어 이것 저것 사주던 신규교사.
이렇게 사랑만 주고 싶었는데..
얼마나 어렵게 온 이 자리..
그토록 서고 싶었던 교탁 앞이었는데..
나는 매일 자괴감과 쏟아지는 사건들 속에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며 살았다.
그렇게 1학기를 보내고 2학기가 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준현이는 사실 친구들에게 늘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포섭했지만뒤에서는 맘에 안 들면 친구들을 때렸다. 지금 같으면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가능하지만 그때는 오롯이 담임과 아이들이 안고 가야 했다. 그런 준현이가 친구들도 내심 싫었던 터라 2학기가 되자 친구들이준현이에게 등을 돌렸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자 그는 수업시간에 순한 양이되었다.
그제야 수업다운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면 준현이는 내게 문자를 남기고 사라진다.
"선생님, 저 죽으러 가요. 저 찾지 마세요."
심장이 쿵 내려앉고 나는 학교 온 사방을 준현이를 찾아 나선다.
겨우 찾아 교실로 데리고 오고 교과시간, 아이들이 교실에 없을 때 아이와 상담을 하며 달래고 달랜다.
2학기 에버랜드 소풍 때는 아무도 같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창섭이와 준현이를 양손으로 잡고 다니며다람쥐통을 토 나오듯 타고, 같이 여러 놀이기구를 타러 다니는 맘 여린 신규였던 나와마음이 아팠던 창섭이, 준현이 모두 모두 힘든 한 해를 넘기고 있었다.
하루는 준현이 상담사가 전화했다.
"선생님, 힘드시죠? 힘든아이 맡으셨네요.. 준현이는 엄마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반항장애가 꽤 심각합니다. 그것이 여교사인 선생님에게 투사되고 있습니다."
그런 준현이가 짠하기도 했지만 나는 정말 너무 버겁고 어려웠다.
드디어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그 쯤
나는 달력에 디데이를 세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X를 그어가며 졸업식만을 기다렸던 그때. 아이들에게는 미안했지만 그 해는 정말 한 해가 흘려버리기를 바라고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