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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Apr 29. 2024

울릉도 가족여행

<첫날>

<울릉도 가족여행>

     

 1. 첫날, 후포에서 배 타다.     

 

 나흘을 꼬박 떠돌았다. 2024. 4. 새벽 4시 반경에 집에서 출발했다가 밤 12시에 집에 도착했다. 바다 가운데 섬, 울릉도에서 사흘을 보냈다. 섬을 찾아들었다가 섬을 나오니 나흘이 지났다. 섬에 들어가는 날은 강풍이 불었고 파고가 높았다. 파도는 썬 플라워 크루즈 호 4층까지 휘몰아쳤다. 큰 배도 거친 파도 앞에서는 춤을 추었다. 멀미약을 먹은 사람이나 안 먹은 사람이나 배 멀미로 노랗게 떴다. 토하기를 반복했다. 세월 호를 생각했다. 배가 뒤집히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두려움에 떨었을 아이들, 나도, 내 가족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실에 앉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누웠다. 거대한 배가 기우뚱거릴 때마다 선실에 누웠던 여행객의 얼굴은 노랗게 떴다. 두려운 눈빛으로 창밖을 봤다. 파고가 때리고 갈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배 멀미 걱정도 안 했던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앉아 있을 수도 없어 모두 드러누웠다. 둥실둥실 물 위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일어나 앉으면 빙그르 돌았다. 속에 있는 것들이 위로 솟구쳤다. 화장실도 엉망이었다.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남매는 나를 걱정했다. ‘엄마, 괜찮아? 엄마, 참을 만 해?’ 나는 ‘괜찮다.’ 반복했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울주군 후포 항에서 출발해 다섯 시간을 물 위에 떴다가 울릉도 사동 항에 도착했다. 승용차를 싣고 갔었다. 운전대를 잡은 아들이 걱정스러웠지만 아들은 씩씩했다. 거기서 숙소까지 죽도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길 위로 솟는 물기둥에 승용차가 목욕을 했다. 바닷물 세례를 받은 승용차를 보며 선착장에 들고나는 녹이 쓴 차와 칠이 벗겨진 차를 이해했다. 바닷물에 삭아가는 차들이었다. 


 남매가 잡은 숙소는 경관이 빼어났다. 섬의 남쪽 끝 부분에 있는 이색적인 리조트였다. 농부의 칠순을 맞아 남매가 계획한 여행이다. 둘이 몇 년 동안 경비를 모았다면서 흥청망청 쓰도 되니까 돈 걱정은 말란다. 저희들이 알아서 한다면서 울릉도 구석구석 돌아보기와 울릉도 특산품과 맛집 순례 역시 남매가 알아서 했다. 첫날 오후에는 숙소에서 두어 시간 쉬었다. 고급스러운 리조트는 따뜻하고 편안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고, 저녁노을이 아름다웠다. 고릴라 바위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리조트는 조식과 차도 무료란다. 


 숙소에서 잠깐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신비의 섬이라는 횟집이었다. 모둠회와 전복죽, 오징어무침, 매운탕 등, 맛있다는 것은 전부 시켰다. 거기에 울릉도에서만 난다는 호박막걸리에 울릉도 소주가 곁들여졌다. 비싸긴 해도 맛있었다. 섬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하고 초밥 등 간식을 사 리조트로 돌아왔다. 리조트에서 공연하는 야외 행사를 구경하며 아름다운 노을을 사진에 담았다. 바다 가운데 있는 섬 울릉도, 한 시간 반을 가야 만나는 독도가 지척에 있었다. 독도 구경은 20분이면 끝나지만 오가는 뱃길이 3시간 소요란다.


 “독도 갈 거야? 내일 아침 8시까지 선착장에 가야 하는데. 내일도 파도가 높다는데.” 

 배 멀미를 심하게 한 딸은 배 타는 것이 무섭단다. 파도가 높으면 독도 섬에 발을 댈 수도 없단다. 섬을 빙둘러보고 돌아와야 할지 모른단다. 독도에 다녀오면 독도 주민증이 발급된단다. 독도 주민증만 있으면 뱃삯도 관광지 입장료도 무료란다. ‘갈 거야 말 거야.’ 의견을 나누다 독도 관광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파고가 높아 독도에 내릴 수 없을 것이란다.  ‘그래도 울릉도까지 왔는데.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독도 도장 찍고 가야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 역시 배 타는 것이 겁났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셋도 저런데 나처럼 기저질환자는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었다. 농부가 포기하잔다. 예약 취소를 했다. 덕분에 저녁에는 횟집에서 회와 울릉도 소주를 마셨고 나는 아들 대신 운전대를 잡았다. 울릉도 바닷가를 돌아 숙소로 가는 해안도로는 좁았지만 바다는 아름다웠다. 


 리조트의 온돌방은 따끈따끈했고 울릉도 바닷바람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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