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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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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May 18. 2024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노르스름하게 묻어나는 송홧가루를 닦아내며 비가 잦은 덕도 본다고 군담을 한다. 사월 말에서 오월 초, 이맘때면 집안에 날마다 걸레질을 해도 송홧가루와 꽃가루가 묻어난다. 기온도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오월의 아카시아가 사월 말에 만개를 했다.

 "올해는 아카시아 꿀도 귀하겠다."

 농부가 지나가는 투로 말한다. 비가 잦으니 아랫말 토봉농가 친구가 걱정되나보다. 

 "사양 꿀도 비싸더라. 진짜배기 벌꿀은 더 비싸지겠지. 구하기도 힘들어질 것 같네."

 우리 집에도 꿀이 떨어졌다. 아랫말 친구에게 부탁했다. 묵은 꿀이 없단다. 

 "아카시아 꿀 나오면 전화할게."

 그래주면 고맙겠다고 인사를 했다.

 봄비가 잦으면 벌꿀농가만 힘들겠나. 과수농가도 힘들어질 것이다. 곧 감꽃도 필 텐데. 수정이 제대로 되겠나. 그 흔하던 호박벌도 잘 안 보이고, 나비도 잘 안 보인다. 나나니벌 같지만 벌이 아닌 이상하게 생긴 하루살이만 잠자리 떼처럼 마당을 배외하고 창문에 붙는다. 

 마침 서울 친구가 전화를 했다.

 “아이고, 내가 시장에 갔다가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사과 20킬로에 168천원이더라. 사과도 중간 크기 정돈데. 사과 못 사겠더라. 자잘한 거 다섯 개 만원이라기에 사 왔다. 물가가 미쳤다. 요즘 인터넷으로 과일 시켰다가는 못 먹는 게 많단다. 비싸기만 하고, 너도 인터넷으로 시켜 먹는 거는 하지 마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사야 믿을 수 있는 세상이다 야.”

 “그럴 거야. 지난해 우리 집 단감도 내가 소매로 판 가격보다 높은 도매 값이 내려오던 걸. 올해도 과일은 비싸겠다. 꽃 필 시기에 비가 잦으면 수정이 안 되잖아. 뉴스 봤어? 김 값이 비싸서 김밥 장사도 못하겠다고 울상이더라.”

 “거기는 그래도 시골이잖아. 물가가 좀 싸지 않나?”

 “서울의 재래시장에 가면 더 싸다던데. 여긴 재래시장 물가가 더 비싼 것 같아.”

 모두를 움츠리게 하는 경제, 생활고, 의식주 해결은 필수인 삶에서 돈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부자들이 더 화목하고 가족모임이 분주하다던가. 돈 걱정 없어서 그럴까. 가난한 사람은 돈벌이에 급급해서 가족 모임 한 번 갖기도 어려운데. 빈익빈 부익부가 만연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걱정 된다. 진짜.”

 “너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 사 먹어야 하니 걱정 되겠다. 할머니들이 채소 값이 비싸지니 너도나도 놀리던 텃밭에 씨앗과 모종 사다 심는단다. 야채라도 안 사야겠다고. 우리 집에도 상추랑, 치커리랑, 고추랑, 오이랑 이런 저런 것들 잘 자라고 있어. 자급자족 할 정도 심어 놨다. 필요하면 연락해.”  

 “나도 한동안 쉬어가려 했더니 안 되겠다. 어디든 돈 벌이 나서야 할 것 같다.”

 “그렇지? 경제가 불안하면 덩달아 사람들 심리도 불안해지는 것 같아.”

 “단감농사 잘 지어라.”

 “네가 팔아줄래?”

 “그럴게.”

 “안심이다.”

 우스개를 날렸지만 진짜 경제가 심각하다. 

 나도 앞날이 걱정스러워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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