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zip
2025년 8월 22일
과학과 윤리 단원 수업 시간.
분위기는 적당히 늘어져 있고, 내 설명은 아마 BGM 수준이었을 거다. 바로 그 순간, 신내림처럼 한 문장이 튀어나왔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내가 chat gpt인가, chat gpt가 나인가."
정적. 그리고 폭발적인 반응. 맨 뒷줄에서 스마트폰만 보던 녀석마저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들, 마치 '우리 세대의 암호를 어떻게 알았지?'라고 묻는 듯했다. 필시 아이들은 내가 이 시대의 혼란을 꿰뚫는 위대한 통찰이라도 한 줄 알았겠지.
신이 나서 뉴럴링크까지 소환했다. 뇌에 칩을 심는 시대가 코앞인데, 너희의 자아는 과연 안녕하겠냐며. 거의 뭐, 스티브 잡스라도 된 양 손짓까지 곁들였다.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멋지게 서핑을 해야 해. 그러려면 이 판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게 핵심이야."
이 얼마나 완벽한 훈계인가. 문제는, 이 말을 내뱉는 나조차 '나'의 실체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어젯밤에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다큐를 보며 '아, 내 취향은 이거였구나' 하고 캬아~를 외쳤다. 이게 서핑인가, 그냥 떠내려가는 건가.
결국 오늘도 답은 장자에게 기댈 수밖에. 내가 사랑하는 이 쿨한 오라버니는 수천 년 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나비인지 챗GPT인지, 이 혼란 자체가 그냥 '나'라는 걸지도.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하는 걸로.
인사이트, 너 딱 기다려. 언젠간 잡고 만다.
잡을지, 잡힐지… 에라 모르겠다. @.,@